제187화
선우진은 예의를 갖춰 답했다.
그의 두 눈은 마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연 같았다. 겉으로는 웃고 있는 듯했으나, 껍질을 한 꺼풀만 벗겨보면 그 속은 까마득히 어두웠다.
“여봐라! 구월국 황녀를 전각으로 모셔라!”
선우진이 우렁찬 목소리로 명하자 곧 전각의 문이 활짝 열렸고 붉은 옷차림의 여인이 씩씩하게 걸어 들어왔다.
조각처럼 또렷한 이목구비에 짙은 야성미가 서려 있었고 보폭은 크고 힘찼으며 어깨는 곧게 펴져 있었다. 그녀는 전각 중심부에 이르러 멈춰 섰다.
탁주옥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
“구월국 둘째 황녀 탁주옥, 대주국 황제 폐하를 뵙나이다.”
그 목소리까지도 또렷하고 맑았다.
이역만리 타국 땅, 낯선 궁궐, 위엄 넘치는 대주국 황제를 비롯해 조정의 문무백관이 즐비한 자리임에도 그녀는 전혀 주눅 든 기색 없이 우직하게 서 있었다.
강희진은 그런 그녀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느샌가 마음 한편에 경외의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선우진은 굳이 많은 말로 반가움을 표하지 않았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고는 정허운을 불러 자리를 마련하라 일렀다.
탁주옥이 자리에 앉자 탁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 누님은 아바마마의 명을 받들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오?”
선우진은 일부러 관심 있는 척하였다.
“구월국은 두 나라가 손을 잡고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명절을 기점으로 폐하께 화친의 뜻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에 저희 남매 중 장녀를 대주국으로 시집보내고자 하오니, 대주국 폐하의 뜻은 어떠하신지 여쭙고자 합니다.”
탁윤의 말이 끝나자 전각 안은 마치 불을 지핀 듯 술렁이기 시작했다.
화친을 위한 정략혼이라니, 그 말 한마디에 반대와 수군거림이 뒤섞여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강희진은 주위를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앞에 앉은 탁주옥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그 앉은 자세만은 흐트러짐 없었다. 마치 시끄러운 주위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처럼 말이다.
강희진은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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