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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멀어지는 강희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탁윤은 잠시 그녀를 불러 세울지 망설였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한 줄기 시선이 그를 멈춰 세웠다. 탁윤은 탁주옥을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누님, 그리 의심이 많아서야 어찌 일을 하겠습니까. 저 아이는 그저 평범한 궁녀일 뿐입니다. 무슨 꿍꿍이가 있겠습니까.” 탁주옥은 억지로 화를 누르며 나직이 말했다. “사람 마음이란 겉만 봐선 알 수 없는 법이다. 그 아이는 분명 대주국 황제의 사람이니, 아무리 천진해 보여도 경계는 해두어야 한다.” 탁윤은 입꼬리를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그러고 보니, 제가 대주국에 오기 전 아바마마께서도 누누이 이르셨지요. 대주국 황제는 성정이 포악하고 수단이 거칠다 하시며 조심하라고요. 하나 제가 보기엔 그리 무서울 것도 없던걸요. 누님이랑 아바마마께서 괜히 지나치게 걱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 아바마마 말씀까지 의심하는 것이냐?” 탁주옥이 미간을 구기며 묻자 탁윤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아바마마의 당부를 항상 가슴에 새기고 무슨 일이든 신중히 행동하거라. 이곳은 구월국이 아니다. 그 막 나가는 말버릇도 삼가고. 어서 맡은 일을 마치고 하루빨리 구월국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 탁윤이 궁중 연회에서 보인 언행을 떠올릴수록 탁주옥은 속이 답답했다.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탁윤은 썩 내키지 않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삐죽였다. 한편, 강희진은 서둘러 명광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희진, 이제야 기어들어 와? 왜 그냥 밖에서 죽어버리지 그랬어!” 하선이 그녀를 보자마자 고래고래 소리부터 질렀다. 그 소리에 궁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고 열 명 남짓 되는 궁인들이 우르르 뛰쳐나왔다. “우리를 얼마나 곤란하게 만들었는지 아냐?” “너 혼자 죽겠다는 거야 말릴 사람 없지만 괜히 우리까지 끌어들이진 말지!” 이 말 저 말이 쏟아졌고 모두가 강희진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보나 마나 그녀가 사라진 동안 강원주가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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