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9화
그녀의 말투는 나긋하고 애교스러웠는데 그 속에 딱 알맞은 정도의 투정을 품고 있었다.
선우진은 그녀가 영리하길 바라지 않았다. 생각 없는 꽃병처럼 어리석고 순순히 따르기만 하는 여인이길 바랐다.
강희진은 그런 그의 뜻을 아주 잘 따라갔다. 허나 선우진은 끝내 알지 못하리라. 그녀가 방금 전 말끝에 실은 그 작은 무례마저도 모두 일부러 꾸며낸 연기였다는 것을.
늘어져 내린 머리칼이 그녀 눈동자 속의 조롱을 가려버렸다. 타인의 눈엔 그저 사내에게 기대어 사는 음란하고 응석 많은 여인 하나만이 비칠 뿐이었다.
“짐이 그대를 소홀히 여긴다 탓하는 거냐?”
선우진은 미동 없이 정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목소리엔 농이 짙게 실려 있었는데 곧 넘쳐 흐를 듯했다.
강희진은 일부러 놀란 기색을 지으며 허리를 숙여 해명하려 하였다. 그때였다. 귀를 스치는 북소리가 울렸다.
“그대의 말이 맞았군.”
선우진이 나직이 말하였다.
강희진이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을 좇아 바라보니 구월국의 장수가 한쪽 무릎을 꿇고 온몸을 떨고 있었다. 곧 쓰러질 듯 휘청거리는 기세였다.
반면 양현무는 곧은 자태로 위풍당당하게 서서 상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승패는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하였다.
양현무는 곧장 경기장을 내려왔다.
“양 장군의 무예가 과연 허명이 아니었군요. 이렇게 보게 되니 참으로 영광이에요.”
탁주옥이 먼저 나섰고 그 뒤를 탁윤이 따랐다. 두 사람은 선우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공주 마마, 과찬이십니다.”
양현무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지었다.
“승부에는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니 공주 마마께서도 다시 혼약 상대를 물색하셔야겠군요.”
애초부터 그는 화친을 위해 혼인을 맺는 일에 반대하였다. 지금처럼 승부에서 이긴 이상, 탁주옥과의 연을 끊고픈 마음이야 더욱 컸다.
“공주도 너무 상심하지 마시오. 대주국엔 재기 넘치는 사내들이 많으니, 반드시 공주의 눈에 드는 인재가 있을 거요.”
선우진도 가볍게 미소를 머금고 거들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강희진의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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