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0화
“들어보도록 하지.”
선우진이 미소를 머금고 말하였다.
강희진은 조용히 곁에 서서 눈앞 정세를 곰곰이 살폈다. 탁윤이 아무 사전 허락도 없이 대결을 제안했음에도 선우진이 이를 굳이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미 마음속으로는 이 시합을 받아들인 것이 분명했다.
구월국의 삼황자라 하면 그녀 또한 몇 차례 마주한 적이 있었으나 그리 순진무구한 인물은 아니었다.
느닷없이 시합을 자청한 것도 그렇거니와 이미 규칙까지 미리 정해 둔 듯한 그 모습에선 속셈이 다분해 보였다.
허나 그녀 입장에선 나쁠 것도 없었다. 만일 탁윤이 이긴다면 양현무와 탁주옥의 혼사가 다시 추진될 수 있을 터. 그리 된다면 강원주의 눈엣가시 노릇도 피할 수 있겠지.
그리 생각하니 강희진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선우진의 패배를 바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결은 마상에서 활쏘기가 어떻겠습니까?”
탁윤이 환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러면 폐하께서 칼날에 부딪힐 염려도 없고 기분도 한결 상쾌해지지 않겠습니까. 폐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아니됩니다!”
봉현웅이 얼굴을 굳힌 채 단호하게 나섰다.
“폐하는 천자이십니다. 조그마한 흔들림조차 있어서는 아니 되지요. 삼황자께서 대결을 원하신다면 다른 이를 지목하심이 마땅합니다.”
무엇보다 활을 쏘는 자리엔 화살이 오가니 자칫 무슨 꿍꿍이가 숨겨져 있다면 대책이 없었다.
“봉 대감, 그리 심려 마시오.”
탁윤이 말을 잇기도 전에 선우진이 먼저 나섰다.
“폐하...!”
봉현웅은 안절부절 못하며 두 손을 모아 올렸다.
“삼황자와 공주는 짐이 공들여 모신 귀빈이오. 이 정도 청은 짐이 허락하지 못할 이유가 없소.”
선우진의 어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부드러웠다. 봉현웅은 잠시 선우진을 올려다보더니 끝내 말문을 닫고 말았다.
“폐하의 아량에 감복하옵니다!”
탁윤이 큰소리로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초승달 같은 눈웃음과 함께 눈길이 강희진에게로 향했다.
“헌데... 아직 규칙을 다 말하진 않았지요.”
그 눈길이 워낙 노골적이었기에 강희진은 단박에 이를 눈치챘다.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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