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2화
강희진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속 좁은 강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가 선우진의 옆자리를 차지할까 봐 유난히 신경 쓰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선우진에게 그녀는 그저 귀엽고 순한 고양이 한 마리, 혹은 강아지 한 마리일 뿐이었다. 생김새가 예쁘고 말을 잘 들어서 가끔씩 호의를 받는 정도에 불과했다.
더구나 그녀의 눈길은 애당초 이 깊은 궁궐 담장 안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오늘 그녀를 진저리치게 놀라게 한 것은, 선우진이 틈을 타 모란을 명중하여 승부를 거머쥔 일보다 탁윤이 기꺼이 손을 내밀어 구해 준 사실이었다.
그는 뛰어난 기마술을 지니고 있었다. 탁윤이 그녀를 구했기 때문에 겨우 승패가 갈렸지, 아니었다면 이 시합은 선우진이 반드시 이긴다 단언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는 왜 그녀를 구했을까.
강희진은 옆에 서 있는 사내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선우진의 표정에서 스쳐 지나가는 불쾌감을 그녀는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다.
“간신히 이겼을 뿐이오. 무예를 익히지 않았는데도 만한 기마술을 지닌 삼황자를 짐은 높이 사오.”
선우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어렸을 때 형님을 따라 활쏘기를 익혔을 뿐입니다. 오늘은 그저 우둔한 재주로 흉내를 냈습니다. 폐하에게는 아직 한참 못 미치지요.”
탁윤은 웃으며 답했다.
“이미 두 번의 시합에서 승패가 정해졌으니 더 이상 폐하를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저는 처리할 일이 있어 먼저 물러나겠습니다.”
스치는 눈길로 저만치 다가오는 양현무 일행을 힐끗 살핀 그는, 단정히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먼저 떠났다.
“아직도 보고 있는 거냐?”
선우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강희진의 귀에 들어왔는데 불쾌함이 섞여 있었다.
강희진은 깜짝 놀라며 급히 고개를 돌렸다.
“소첩...”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선우진은 그녀를 스쳐 지나 양현무와 이야기를 나누러 갔다.
분명, 그는 화가 난 것 같았다.
강희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 상황에서 탁윤이 아니었다면 몸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을 터, 혹 놀란 말이 짓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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