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2화
최소한 숙빈은 아니었으면 했다.
허둥지둥 서둘러 일을 마치느라 예를 올릴 때 허리 각도가 높았다는 이유만으로 숙빈에게 곤장 이십 대를 맞았던 지난 일을 떠올리자, 아찔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훗날 숙빈이 후궁 중 으뜸 총애를 받게 된다면 이 엉덩이는 아예 사라질 판이었다.
소리 없이 입술을 삐죽 내민 내시가 낮게 투덜댔다.
“착하기만 해서는 이 궁궐에서 출세할 수 없다.”
정허운은 눈길을 슬쩍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내시가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해 캐묻기 직전, 정허운은 이미 계단을 내려갔다.
“정 내관.”
강희진이 정허운에게 인사하였다.
원래라면 침상에서 달콤히 꿈나라를 헤매고 있어야 할 새벽, 하선이 다급히 깨우는 바람에 몽롱한 정신으로 어서전에 달려와 선우진에게 올릴 탕을 들고 서 있었다.
지붕 아래 몸을 의탁한 처지이니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맡겨진 일은 해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강희진은 정허운 너머 꼭 닫힌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 내관, 폐하께 올릴 탕을 가져왔으니 전해 주게.”
“아이고, 마마, 지금 폐하께서 긴요한 정사를 보시어, 오늘은 그 누구도 들이지 말라 명하셨사옵니다.”
정허운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강희진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헛걸음이구나.’
“그렇다면 방해하지 말아야겠지.”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발걸음을 떼려 할 때 뜻밖에도 정허운이 뒤에서 그녀를 불러 세웠다.
“마마.”
“무슨 일인가.”
강희진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물었다.
“폐하께서 요즘 정사에 시달리시어 근심이 만만치 않으니, 마마께서 너그러이 헤아려 주십시오.”
정허운은 부드러운 눈매로 그저 조용히 일러두는 듯한 한마디를 남겼다.
그러나 강희진은 그 말에 숨은 뜻을 알아차렸다. 하선은 입을 다물었으나 분명 강원주가 또다시 황제의 심기를 거슬러 자신이 뒤처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제는 정허운까지 황제 앞에서 조심하라 당부하니, 사태가 쉬운 일이 아님을 짐작했다.
“알려줘서 고맙네. 언행을 잘 살피지.”
강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겨우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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