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1화
“쯧쯧, 그 귀하다는 따님이 후궁에서 저리도 비참하게 지내게 되다니. 하물며 지금 무릎으로 기어다니는데, 강 대감이 보면 가슴이 미어지려나 모르겠네요.”
“글쎄요, 아마도 수치스럽다고 생각하겠지요.”
숙빈은 입꼬리를 비틀며 대꾸했다. 그 얼굴엔 깊은 혐오가 가득했다.
“등용전을 지나면 바로 어화원이지요. 어화원은 자갈 깔린 길이 많은데 무릎이 남아나려나 모르겠습니다.”
이원혜는 이를 갈며 고소하다는 듯 말했다.
“강원주가 그토록 오만방자하게 굴더니, 숙빈마마께서 이렇게라도 한풀이하실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숙빈 옆으로 다가서며 아양을 떨었다.
그러나 숙빈은 냉소만 지을 뿐, 얼굴 가득 증오가 서려 있었다.
“다른 사내와 사사로이 정을 통했다면 그건 본디 죽을죄입니다. 한데 겨우 무릎 꿇게 했다? 그게 어디 한풀이 될 일입니까.”
그녀는 이번만큼은 강희진이 틀림없이 끝장날 줄로만 알았다.
기회가 물거품이 되어버리자 숙빈의 속은 억울하고 분했다.
이원혜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문이 막혀 슬며시 시선을 청심에게로 돌렸다.
그걸 본 청심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나직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폐하께서 당장 목을 치지 않으신 건, 아무래도 구월국 사절단이 아직 머무는 중이라 두 나라 사이의 체면을 생각하신 까닭이겠지요. 하나 이번 일을 계기로 폐하께서 민빈에게 등을 돌리신 건 분명하옵니다. 앞으로 기다리는 건 죽음 아니면 유폐되겠지요. 유폐된다면 오히려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울 테니...”
이 말에 숙빈의 얼굴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즉각적인 반응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후궁에서 다른 일도 하나 벌어졌답니다.”
이원혜는 그 틈을 타 얼른 화제를 돌렸다.
“방금 이곳으로 오는 길에 난청각을 지나는데 안에서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리기에 궁녀에게 물었더니, 글쎄 숙의 남씨 친남동생이 새벽녘에 성 외 도랑에서 익사한 채로 발견되었다더군요. 술에 잔뜩 취해 혼자 귀가하던 중 물에 빠졌다고 합니다.”
“숙의 남씨의 동생은 집안에 단 하나뿐인 아들이라던데 노년에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