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7화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이번엔 민빈을 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국은 아무 탈 없이 빠져나갔다.
숙빈이 속으로 얼마나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지 강희진은 뻔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숙빈의 차가운 반응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오늘 이리 들른 건, 다음 달 폐하 생신을 어떻게 준비할지 숙빈과 상의드리고자 해서입니다.”
강희진은 그리 말하며 정자 안의 탁자에 앉았다.
“폐하 생신 준비는 늘 내무부에서 맡아왔거늘, 우리가 나서서 뭘 어쩌겠다는 거지요? 설마 또 폐하 눈에 띄고 싶어 별스러운 짓이라도 하겠단 말입니까. 그런 건 나랑 상의할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숙빈은 시선조차 주지 않고 날을 세워 내쫓듯 말했다.
“그 말씀도 틀리지 않네요.”
강희진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이미 들른 걸 어떡하겠습니까. 그냥 오랜만에 언니랑 정담이나 나눠보려 합니다.”
“강원주, 너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냐?”
자신이 이토록 불쾌해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강희진을 보자 숙빈은 끝내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네가 폐하의 눈에 좀 들었다고 이 궁 안에서 제멋대로 해도 되는 줄 알아?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혀를 놀리느냐! 내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진국대장군이시다. 그 말인즉 넌 평생 내 발밑에 있단 말이다!”
숙빈은 분노로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머리에 꽂힌 장신구까지 덜렁거리며 짤랑 부딪혔다.
그 소리에 놀란 고양이 길상은 홍윤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양씨 가문이야말로 대주국에서 손꼽히는 집안이지요. 어느 누가 감히 가히 견줄 수 있을까요. 하나 만약 우리 강씨 가문이 구월국을 등에 업게 된다면요? 그때도 과연 양씨가 최고일까요?”
강희진은 숙빈의 분노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구월국과 손잡겠다? 반역이라도 하겠단 말이냐?”
숙빈은 황급히 되물었다.
“언니께선 저를 과대평가하시는군요.”
강희진은 잔잔하게 웃었다.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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