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화
숙빈은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두 눈을 부릅떴다. 그 눈엔 강희진을 마치 괴물이나 되는 듯 두려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강희진은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정중히 말했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그런데... 혹 언니께서 사람을 하나 붙여주실 수 있을까요?”
숙빈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고 강희진 역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랜 침묵 끝에야 숙빈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청심아, 민빈마마를 모셔다 드리거라.”
“그럼 언니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강희진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순한 얼굴에 얹힌 그 미소는 보기에도 참으로 곱고 단정했다.
방금 전 그 오만방자한 말들이 모두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을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강희진은 청심의 안내를 받아 후원을 나섰다.
영녕궁을 벗어났을 즈음 강희진의 손바닥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숙빈과 마주한 일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건만 방금처럼 거칠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맞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강희진은 지금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오늘 모든 걸 걸었다.
그녀가 아는 이들의 성정을 믿었고 숙빈이 황후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한다는 사실에 기대를 걸었다.
그 두려움 때문에 틀림없이 양현무와 구월국의 이 황녀를 엮으려 들 터였다.
그리 생각하니 어젯밤 그 소란 또한 자신에겐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선우진이 진심으로 자신을 아끼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숙빈은 그리 믿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했다.
이제 때가 되었으니 강희진도 하나하나 손을 써 나갈 차례였다.
...
붉은 담장과 검은 기와 아래 가마는 곧장 명광궁 앞에 멈춰 섰다.
강원주는 이미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강희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체면도 잊은 채 급히 뛰어나왔다.
“이제야 돌아오다니, 어찌 이리 늦었느냐. 폐하께선 노여움을 푸신 것이냐?”
어젯밤의 일은 아직도 생생했다. 혹여 선우진이 진노했을까 불안하여 강원주는 밤새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안심하세요, 언니. 폐하께서 더는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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