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0화
따사로운 볕 아래 어화원의 꽃들은 만발해 있었고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강희진은 꽃 한 송이 돌아볼 겨를도 없이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지난번 일은 간신히 넘겼으나 선우진의 성정은 시시각각 뒤바뀌니 당분간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하필 운성루로 부르다니.
강희진은 전생의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그날 운성루에서 선우진이 검을 뽑아 양현무와 대치하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날은 구월국이 금주를 함락하기 바로 전날이었다.
강상목의 이간질로 인해 선우 일가와 양씨 일가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
그때 강희진은 이미 아이를 품고 있었고 운성루에서 선우진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말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대주국은 곧 평안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 아이는 선우진의 첫 아이였고 대주국의 첫 황자였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태자로 책봉할 뜻을 품고 있었다.
그 말에 강희진 또한 작은 기대를 품고 있었다.
나라가 위태로운 와중에도 그녀는 임무만 끝나면 강상목이 자신과 어머니를 풀어줄 것이라 믿었기에 그 약속만을 생각하며 버텼다.
그 뒤로 양현무가 군을 이끌고 변경으로 떠났고 구월국이 무섭도록 거세게 쳐들어와 대주국의 성 하나하나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선우진은 날이 갈수록 더욱 바빠져 후궁을 찾을 겨를조차 없었고 결국 그녀는 아이를 낳던 그날 밤 죽음을 맞이했다.
참으로 허망한 결말이었다.
강희진은 문득 감회에 젖었다.
선우진의 말대로 과연 그 아이가 태어난 뒤 대주국이 진정 평화를 되찾긴 했던 걸까.
만약 그랬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민빈마마, 또 뵙게 되었군요.”
탁윤의 목소리가 귀가에 스미듯 들려오자 강희진은 순간적으로 정신을 되찾고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우연이 참 많습니다. 매번 어화원에서 뵙다니요.”
탁윤은 밝은 얼굴로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변함없는 방탕한 도령 같은 웃음이었지만 전생을 모두 기억하는 강희진의 눈에 그 웃음은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았다.
나라를 멸망시킨 주범 중 하나를 이렇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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