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7화
문 앞에 막 도착했을 때, 마침 맞은편에서 탁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희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필 이때 마주치다니.’
“민빈마마께선 오시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탁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잔잔하게 웃고 있었다.
그 뻔뻔함에 강희진은 속으로 수만 번도 더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여인일 뿐입니다. 황자님처럼 신분이 고귀한 것도 아니지요. 칠 일 안에 범인을 잡지 못하면 황자님은 구월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나는 목이 달아날지도 모릅니다.”
그 말을 남기고 강희진은 그의 곁을 스치듯 지나 안으로 들어섰다.
남소현의 시신은 따로 한 방에 안치되어 있었고 실내는 어두웠다.
초월이 촛불을 밝혀 방 안을 환히 비췄다.
이날 사건 이후로 처음 보는 남소현의 모습이었다.
얼굴은 평온했고 마치 조용히 잠든 듯 안치대 위에 누워 있었다.
옷차림은 물에 빠졌을 때 그대로였고 이미 다 마른 탓에 축 늘어진 채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강희진은 그녀의 눈가에서 멍이 든 흔적을 발견하고 촛불을 들고 가까이 다가갔다.
“며칠 전, 남씨 댁 둘째 도령이 호성하에서 익사했답니다. 남매 사이가 각별하다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숙의 남씨가 밤낮으로 울며 애통해했답니다. 한데 결국...”
초월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정적이 흐르는 방 안에서 가느다란 한숨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이어 강희진의 시선은 다른 데로 향했다.
세 사람은 시신 전체를 꼼꼼히 살폈지만 특별히 수상한 흔적은 없었다.
방 밖으로 나오자 햇살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고 그제야 강희진은 정신이 들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겁이 나신 겁니까?”
탁윤이 웃으며 물었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강희진은 고개를 돌려 대답하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안타깝다?”
탁윤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옆에 발걸음을 맞췄다.
“숙의 남씨는 확실히 익사한 것 같습니다. 다음은 어디로 가볼까요?”
강희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황자님, 굳이 이 여인의 곁을 따라다니셔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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