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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숙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정허운을 힐끗 바라보더니, 눈빛에 노골적인 혐오를 담았다. “비키게.” 말을 마친 그녀는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본 듯 몸을 홱 돌려 정허운을 에둘러 지나 곧장 걸음을 옮겼다. “아버지!” 숙빈이 멀어지자 정삼놈이 바삐 다가섰다. “괜찮으십니까?” 방금 숙빈의 모진 태도를 본 탓에 그의 얼굴에는 염려가 어렸다. 정허운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는 기색이었다. “숙빈 마마도 참 지나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폐하 곁에 머무시는 분이시잖아요. 민빈 마마조차도 마주치면 예를 갖추시거늘, 저분은 어찌하여 저리 무례하단 말입니까!” 정삼놈은 참다 못해 울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정허운을 대신해 분통을 터뜨렸다. 허나 정허운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멀어지는 숙빈의 뒷모습과 궁문 너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빛에는 어떤 헤아릴 수 없는 생각이 어려 있었다. 이튿날 새벽, 강희진은 어서전을 찾았다. 그 무렵, 선우진은 막 조정에서 돌아온 참이었다. “폐하...” “잘 왔군. 옷을 갈아입어야겠다.” 강희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선우진은 먼저 말을 붙이며 명했다. 강희진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으나 아무 말 없이 그의 뒤로 다가가 조복을 벗겼다. “어떻게 됐느냐? 사건엔 진척이라도 있느냐?” 옷을 갈아입은 선우진은 느긋하게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소첩이 오늘 찾아온 것은 그 일 때문이옵니다.” 강희진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선우진의 입가에는 엷은 웃음이 스쳤고 마치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이 얼굴에 떠올랐다. “소첩, 남 부인을 한번 뵙고 싶사옵니다. 부디 폐하께서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 일로 밤새 고민했다. 남소현의 시신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유일한 목격자인 은설은 정신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양쪽 길이 모두 막힌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실마리를 찾는 것뿐이었다. 어제 길에서 들려온 궁인들의 수군거림이 그녀의 마음을 건드렸다. 혹여, 남소현과 남세진의 죽음 사이에 무언가 연이 닿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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