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5화
강희진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 허나 곧 고개를 젓고는 생각을 거두었다. 별것도 아닌 일에 마음 쏟을 겨를이 없었으니까.
이내 본래의 목적을 떠올리며 다시 정신을 다잡았다.
“은설아, 숙의가 혹 영친왕과 교류가 있었느냐?”
“숙의 마마와 영친왕 전하는 일말의 관련도 없사옵니다! 마마의 마음엔 오직 폐하 한 분뿐이지요!”
은설은 얼른 해명하듯 답했는데 마치 강희진이 오해라도 할까 두려운 얼굴이었다.
“아하! 알겠사옵니다! 마마는 폐하의 명을 받아 숙의 마마를 시험하러 오신 것이로군요! 어쩐지 요 며칠 기이한 사람들이 난청각 근처를 자주 맴돌더군요!”
은설의 눈동자에 불길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말을 이어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것이 아니니...”
강희진이 수습하려 하기도 전에 은설이 말을 끊고 소리쳤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저를 따라오시지요! 직접 보시면 알 것이옵니다!”
그렇게 말하자 은설은 돌아서서 후원 쪽으로 달려갔다.
강희진은 잠시 망설이다 끝내 뒤를 따랐다. 본래는 은설의 입에서 남소현과 선우영 사이의 관계를 떠보려던 것이었다. 헌데 뜻밖에도 선우진까지 함께 거론되니 이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모양새였다.
남소현의 죽음을 쫓는 일인 만큼, 그와 관련된 정보라면 무엇도 놓쳐서는 아니 되었다.
은설은 그녀를 데리고 남소현이 머물던 방으로 안내했다.
방 안은 먼지 한 점 없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탁자 위의 포군란마저도 가지 하나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강희진이 방 안을 둘러보는 사이, 은설은 어느새 장 안에서 두툼한 종이뭉치를 꺼내와 두 손으로 공손히 내밀었다.
그 종이엔 빼곡히 적힌 시구들이 보였고 하나같이 모두 사랑을 읊은 시였다.
“가을이 찬 기운을 내려주고 금룡이 구름을 뚫고 나와 바위보다 준엄하도다...”
강희진이 나직이 읊조리며 읽어나갔다.
“금룡이라...”
설마, 이 시의 주인공이 선우진이란 말인가. 뒤이어 넘겨본 시편마다 은근히 그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들로 가득했다.
“이것도 보시옵소서.”
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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