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1화
강희진은 말을 잇지 못한 채 망연히 서 있었다.
어리석은 이가 아니라면 은설의 상처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모를 리 없었다. 허나 눈앞에서 한 생명이 속절없이 저물어 가는 광경은 가슴 한켠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
“정녕 어찌할 방도가 없단 말이냐...”
그녀는 낮게 읊조리듯 말했고 은설을 바라보는 눈엔 깊은 자책이 어렸다.
“마마, 마마...”
피를 머금은 채로도 은설은 애써 입을 열어 그녀를 불렀다.
“그래, 여기 있단다.”
강희진은 황급히 대답하며 몸을 숙이고 그 입가에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아씨를 죽인 이는... 바로...”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은설의 입에서 또 한 줄기 핏물이 쏟아졌다.
탁윤이 재빨리 그녀를 끌어올렸으나 피는 이미 옷깃을 타고 번져들고 있었다.
강희진이 다시 고개를 돌려 은설을 바라봤을 때는 그녀는 이미 눈을 감고 말았다.
“은설아.”
그녀는 가만히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전하.”
곧이어 구월국의 호위 무사들이 범인을 붙잡아 탁윤에게 아뢰었다.
“그 자를 황제에게 끌고 가. 심문을 받아야지.”
탁윤은 차가운 목소리로 명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란한 소리들이 귀를 스쳐갔으나 강희진은 이미 혼이 빠져나간 듯,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탁윤은 그녀의 팔을 잡아끌며 방 밖으로 이끌었다.
“마마께서는 정녕 마음이 여리시군요. 애초부터 보호받고 자란 귀한 분이니 그럴 수밖에요. 허면, 그런 마마를 정승께선 어찌하여 이 험한 궁에 들이신 건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의 말에 강희진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탁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황제를 뵈러 가시지요. 어쩌면 그분이 숙의의 일과도 관련이 있을지 모르니.”
그는 먼저 발걸음을 옮겼고 강희진은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남소현의 죽음을 둘러싼 수사가 진전을 보였다는 소식에 후궁들은 장청전으로 몰려들어 하나같이 궁금증을 감추지 못했다.
강희진이 당도했을 때 전각 안은 이미 사람들로 빼곡하였다.
은설을 살해한 자는 전각 한복판에 꿇어앉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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