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화
강신우가 손을 들어 탁윤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삼황자님께서 귀한 걸음 하셨는데 맞이하지 못한 점, 부디 노여워 마십시오.”
“그럴 리 있겠습니까. 공자야말로 지나치게 예를 갖추는군요.”
탁윤이 호쾌히 웃으며 강신우와 마주 앉았다.
“방금 전, 저희 하인이 그러더군요. 황자님께서 저택에서 묵고자 하신다던데, 사실인가요?”
강신우가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요.”
탁윤이 곧바로 대답했다.
“오늘 궁을 비우고 잠시 밖에 나왔다가 그만 시간을 잊고 말았어요. 궁궐의 규율이 엄격하여 자칫하면 문이 닫힐까 염려되더군요. 마침 정승댁이 가까운 데다 대공자와는 안면도 있는 터라 민폐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황자님께서 오신다니, 저희에게는 더없는 영광이지요.”
강신우가 매우 공손하고도 따뜻하게 답했다.
이내 하인에게 객실을 정리하도록 이르곤 잠시 인사를 나눈 뒤 탁윤을 데리고 후원으로 향했다.
“지난번 사격장에서 동생이 그러더군요. 황자님께서 궁에 드신 이래로, 제 동생을 참으로 잘 돌보아 주셨다고요. 원래는 따로 자리를 마련해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날이 이미 저물었으니... 혹 황자님께서 괜찮으시다면 며칠 더 머무르심이 어떠하겠습니까?”
어스름이 깔린 가운데 희미한 등불이 두 사람을 비췄다.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긴 복도를 걸었다.
“어찌 계속해서 폐를 끼치겠어요.”
탁윤이 웃으며 답했다.
“민빈 마마께서는 심성이 곧고 의리 또한 깊지요. 이 대주국 땅에선 그분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황자님께선 제 동생과 각별한 사이신 듯하군요?”
강신우가 눈썹을 들어 올리며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민빈 마마를 깊이 아끼는 것은 사실이에요. 허나 마마께서는 그저 예를 갖추어 대하셨을 뿐, 사사로운 정은 없었습니다.”
탁윤이 거리낌 없이 말했다.
“동생은 어려서부터 저택에만 머물렀고, 또 저희 어머니께 지나치게 사랑을 받아온 탓에 세상일에 서툴지요. 괜히 황자님의 심기를 거스르진 않았을까 걱정이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니 다행입니다.”
강신우의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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