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화
“폐하께 아뢰어 주시겠나. 민빈이 뵙기를 원한다고 말일세.”
“감히!”
숙빈이 이를 갈며 윽박질렀다.
정허운은 잠시 멈칫하며 독기 서린 눈으로 강희진을 노려보는 숙빈을 힐끗 바라보았다.
“민빈마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소인이 곧 아뢰고 오겠나이다.”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강희진을 향해 공손히 말했다.
“소인이 전언은 올리겠습니다만... 폐하께서 과연 뵈어주시려는지는...”
“폐하께서 원치 않으신다면 나는 곧장 궁으로 돌아가면 그만일세. 그 책임이 정 내관에게 돌아갈 일은 없을 걸세.”
강희진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상냥히 말하였다.
정허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레 계단을 올라갔다.
“이 죽여도 시원찮을 늙은 놈! 내 언제가 반드시 네놈의 가죽을 벗겨주마!”
숙빈은 정허운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강희진은 그 광경을 지켜보았지만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흥, 폐하께서 네가 왔다는 것을 안다 해도 똑같을 것이다. 어차피 널 만나주실 리 없다.”
정허운에게 무안함을 당한 숙빈은 이내 고개를 돌려 강희진을 비웃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마치 좋은 구경거리라도 된 듯 조소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렇다면 숙빈께서도 굳이 긴장하실 일 없지 않습니까.”
강희진은 앞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숙빈 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강원주, 죽고 싶으냐!”
겉치레로 쌓아 올린 체면이 이렇게 간단히 들춰지자 숙빈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했다.
막 입을 열려는 순간 그녀의 눈 끝에 정허운이 다시 내려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렇게 빠르다고?’
숙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엇인가 낌새가 이상했다.
“민빈마마, 드시지요.”
정허운이 깊이 허리를 굽히며 극진히 예를 표했다.
“뭐라고? 폐하께서... 민빈을 들이셨다고?”
숙빈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말도 안 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는 바쁘시다며 거절하셨으면서, 어찌하여 저 천한 계집에게는 시간을 내시는 것이냐!”
분노가 치솟은 숙빈은 치마자락을 움켜쥐고는 곧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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