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2화
강원주는 속이 좁은 사람이었고 해독약을 줄 때마다 어김없이 강희진을 한바탕 괴롭히고 나서야 만족했다.
강희진이 처음 진홍월의 요구를 받아들여 독벌레를 삼켰던 것은 그저 아직 손에 쥔 패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강원주의 신임을 얻어야 했으니 꾹 참고 굴욕을 삼켜야만 했다.
하지만 만약 탁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는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독벌레의 속박에서 벗어나 그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강희진은 손안의 비녀를 조용히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마침내 탁윤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세상사란 언제나 변화무쌍하니 굳이 그가 적인지 아군인지 따질 필요가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도움이 된다면 설령 적이라 한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결심을 내린 강희진은 주저 없이 비녀에서 영수석을 떼어내 손목에 걸었다.
“마마, 차를 올렸사옵니다.”
명광궁 주전. 강원주는 자리에 비스듬히 기대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선이 차를 따르고는 공손히 잔을 건넸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가 반응할 틈도 없이 강원주가 손을 번쩍 들어 찻잔을 내리쳤다.
“꺅!”
뜨거운 차가 사방으로 튀며 대부분이 하선의 팔에 쏟아졌다.
하선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찔거렸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내가 지금 차를 마실 기분일 줄 아느냐!”
분노가 한껏 치밀어 오른 강원주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춘희는 하선을 흘긋 보더니 조용히 정리하라는 눈빛을 보내고 이내 다가가 강원주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마마께서 또 강희진 때문에 속을 끓이시는 게지요?”
춘희는 조심스레 말을 꺼내며 등을 두드렸다.
“아버지 어머니도 참아라. 큰 오라버니도 참아라... 대체 나더러 언제까지 참으란 말이냐! 강희진 배 속이 설마 돌로 만들어졌단 말이냐? 저리 시간이 지났건만 어찌 아무 소식도 없는 것이냐!”
강원주는 울분을 터뜨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그 계집이 폐하의 총애를 믿고 갈수록 날 업신여긴단 말이다! 독벌레 해독제가 내 손에 없었다면 진작 내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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