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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강원주는 분장 된 자신의 몰골을 가리키며 뾰로통한 얼굴을 했다. “어머니, 저 이번 출궁은 놀러 온 게 아니에요.” “왜 그러느냐? 또 그 계집이 너를 괴롭힌 것이냐?” 진홍월은 안절부절못하며 연신 물었다. “그 계집이 절 괴롭힌 건 둘째 치고 어머니도 지난번에 그러셨잖아요. 지금은 그 애한테 기대야 하니, 아무리 억울해도 참고 견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 애 배 속이 아무런 기척도 없단 말입니다. 언제까지 참고만 있으란 말씀입니까?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하나요?” 강원주의 목소리는 점점 더 울분을 띠었고 눈가엔 이내 눈물이 고였다. “어찌 그럴 수가 있겠니!” 진홍월은 눈물 고인 강원주의 얼굴을 보자 더욱 다급해졌다. “그 계집을 궁에 들인 건 너 대신 아이를 낳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어찌 감히 안 낳겠다는 거냐.” “문제는 그 계집이 낳고 싶어도 못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어머니도 보셨잖아요. 벌써 궁에 들어간 지가 언젠데, 아직도 배 속에 아무런 기척이 없습니다. 만일 숙빈이 먼저 아이를 가지기라도 하면... 황후 자리는 물 건너간 것이 아닙니까.” 강원주는 진홍월을 똑바로 바라보며 어서 방법을 내놓으라 조르는 눈빛을 보냈다. 진홍월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강원주의 손등을 다독였다. “걱정하지 말거라. 이 일은 어미가 책임지고 해결하마.” “그럼 아버지께도 알려야 하지 않겠어요?” 강원주는 강상목까지 가세해주면 더욱 든든할 것 같아 기대어 물었다. “그럴 필요 없다.” 진홍월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왜요?” 강원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여인의 문제를 사내가 어찌 알겠느냐. 괜히 말해봤자 쓸모도 없고 방책도 나오지 않는다. 너는 마음만 편히 먹고 있으려무나. 어미가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으니 걱정 말거라.” 진홍월은 몸을 살짝 기울여 강원주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 이쪽 상황은 전혀 모르는 강희진은 한차례 담소를 나눈 뒤, 선우진이 정사에 관해 강상목과 따로 얘기할 일이 생기자 그 자리를 물러났다. 혼자 조용히 쉬고 싶던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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