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4화
정말 강희진이 강씨 일가에게 짓밟힌 게 가엾어 보여 하늘이 그녀에게 한 번쯤 복수할 기회를 내려준 걸까?
강희진의 머릿속엔 문득 연등회에서 돌아오던 날 밤 꾼 꿈이 떠올랐다. 그때 성문 앞까지 적군이 몰려왔고 선우진은 고개를 들고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그 시선은 그녀를 향한 것이었을까?
하지만 그 무렵 그녀는 이미 죽은 몸이었다. 설령 죽지 않았다 한들 어찌 전쟁터에 나설 수 있었겠는가.
지나고 보니 참 우스운 망상이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치에 맞지 않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강희진은 관자놀이를 천천히 주무르며 한숨을 쉬었다.
“민빈 마마.”
문밖에서 갑작스레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강희진이 고개를 돌리고 낮은 목소리로 불렀고 강원주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마지못해 일어나 앉았다.
그 사이 오윤초가 앞으로 나가 문을 열었고 젊은 스님 하나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이건 이 산에서만 나는 매두차라 합니다. 세 분 모두 한 모금 드셔보시지요.”
스님은 차를 책상 위에 놓고는 다시 방을 나섰다.
강원주는 산길을 하염없이 걸어온 터라 목이 잔뜩 말라 있었고 차를 보자마자 잽싸게 들어 단숨에 마셔버렸다.
“너도 좀 마시거라.”
강희진은 오윤초가 내민 찻잔을 받아 들고 다정한 목소리로 권했다.
그제야 오윤초도 조심스럽게 한 모금 입에 댔다.
“아, 졸려...”
강원주는 눈꺼풀이 천근만근인 듯 이내 바닥으로 쓰러졌고 강희진과 오윤초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불길함이 서늘하게 밀려왔지만 몸이 이미 말을 듣지 않았고 둘 다 강원주의 뒤를 따라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 시각 편전 한편.
선우진은 단정한 자태로 황포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정면에 앉은 영수사의 주지 스님은 반쯤 눈을 감은 채 염을 외며 기도를 올리는 중이었다.
사방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고 귀에 들리는 건 오직 나무목탁을 두드리는 소리뿐이었다.
“윽...”
손목이 욱신거리며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오자 강희진은 그 고통에 정신을 차리고는 숨을 들이켰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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