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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뒤뜰의 산등성이 위, 달빛을 닮은 옅은 흰옷을 입은 사내가 곧게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신선이 하계에 내려온 듯 몸에서 속세의 기운이 조금도 묻어나지 않았다. “오랜만이로구나.” 선우진은 얇은 입술을 살짝 올리며 익숙한 듯 걸어와 사내 곁에 조용히 앉았다. 한 사람은 음울하고 한 사람은 선연하나 나란히 앉은 모습은 뜻밖에도 어울렸다. “이 매두산 위엔 새 한 마리도 날지 않는데 그 술은 또 어디서 났습니까?” 사내는 선우진이 들고 온 술병을 보고는 슬쩍 웃으며 묻었다. “경성에서 챙겨 온 것이다.” 선우진은 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자네가 가장 좋아하던 그 술이지.” 사내는 조용히 술잔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하늘엔 둥근 달이 높이 걸려 있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어쩐지 그 표정은 술기운에 취한 듯 아련했다. “기억합니다. 폐하와 마지막으로 만난 날도 폐하가 지금 자리에 등극한 날이었죠.” 한참이 지나서야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 어느새 칠팔 년이나 흘렀구나.” 선우진도 감회에 젖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자네가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앉지도 못했을 것이야.” “이 몇 년간 자네가 나라를 다스린 걸 보면 대주국은 백성도 편안하고 사방이 평화롭지 않은가. 천하에 명군이라 칭송받는 건 자네가 스스로 이룬 공이지.” 사내의 말투엔 저도 모르게 단단한 믿음이 실려 있었다. 그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옆에 앉은 선우진을 바라보며 웃음 섞인 말투로 물었다. “그리 겸손한 모습은 폐하답지 않네요.” “자네 앞이니까 그러는 것이지.” 선우진은 비스듬히 눈길을 주며 사내를 흘끗 바라봤다. 겉으론 여전히 담담해 보였으나 누가 보아도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산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와 그의 귀밑머리를 흩뜨리고 문득 그들은 8년 전 무술을 마치고 후산에 앉아 쉬던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한 사람은 천고의 성군이 되어 백성을 편히 살게 하고 싶다 했고 한 사람은 이름을 숨기고 강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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