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03화
주윤숙은 뽀얀 손가락으로 수저를 쥐고, 담담하게 물었다.
“정말 급한 일이에요? 우리 밥 먹는 시간까지 방해할 만큼?”
주윤숙의 가벼운 한마디에, 조변우는 순식간에 맥이 빠졌다. 마치 잘못한 쪽이 자기인 듯 얼굴이 짙게 붉어지고, 조금 전의 당당함은 온데간데없이, 쭈뼛거리며 중얼거렸다.
“그, 그럼 백림이 어머니 식사 마치실 때까지 곁에 있고, 나는 서재에서 기다릴게.”
조변우는 한참을 기다렸지만, 주윤숙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결국 기세 꺾인 모습으로 조용히 서재로 들어갔다.
조백림은 식탁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표정은 한결같이 담담했고, 조변우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뒤, 주윤숙은 조용히 말했다.
“나는 경전을 베껴야 해서 가봐야 해. 넌 아버지를 찾아가거라. 할 말 있으면 차분하게 해. 여기선 그 사람도 너한테 함부로 못 해.”
백림은 부드럽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주윤숙은 뒷마당의 불당으로 향했다.
조백림이 막 2층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조변우가 위층에서 내려오며 낮게 말했다.
“큰아버지 쪽에서도 널 만나고 싶어 해. 하지만 어머니를 방해하기 싫어서 오진 않았어. 회사로 가자.”
이에 백림은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우미에게는 어머니가 기도 마치시면 알려드리라고 부탁하고, 조변우와 함께 회사를 향해 나섰다.
조변우 쪽은 조씨 가문의 직계였다. 비록 둘째였지만, 회사의 지분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백림의 삼촌, 당숙들도 모두 그룹의 주요 주주였다.
조씨 그룹 안에서는 수년간 권력 다툼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백림은 흔들림 없는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백림을 한편으로는 미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스캔들로 가까스로 백림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한 이들은, 오늘 회사로 몰려와 추궁하려 했다.
백림은 느긋하게, 공적인 서류들을 정리한 뒤, 비로소 희의실로 향했다.
회의실 안은 냉기가 돌았다. 모든 사람이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고, 분위기는 마치 집안에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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