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16화
정서니는 연한 연분홍색 롱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정성스럽게 땋아 내렸고, 손에는 유명 브랜드의 하얀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맑고 싱그러운 인상이었다.
“서니야.”
조백림이 미소 띤 목소리로 불렀다. 서니는 조변우의 이모 집안 딸이었다. 본가는 경성이었고, 직접적인 친족은 아니었지만, 외가 쪽에서 자라면서 조씨 집안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서니는 눈을 반짝이며 백림을 바라보았다.
“오빠, 삼촌 뵈러 왔는데, 오빠까지 만나게 될 줄 몰랐어.”
서니는 그렇게 말하며 조백림 곁에 있는 유정을 보았다. 그러고는 얼굴빛이 단번에 어두워졌다.
이제는 남의 약혼자한테 들러붙는 사람들이 이렇게 대놓고 다니는 건가?
“오빠, 어떻게 이런 사람을 집까지 데려와?”
서니는 참지 못하고 바로 물었고, 백림은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일부러 장난을 쳤다.
“좋아하니까 데려온 거지.”
“뭐?”
서니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삼촌한테 안 혼났어?”
서니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설마 오빠랑 유정 씨 약혼 취소된 거야?”
백림은 가볍게 웃었다.
“그럴 리가.”
백림은 장난을 멈추고, 유정의 손을 잡았다.
“소개할게. 내 약혼자, 유정이야.”
서니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입을 벌린 채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유정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서니 씨, 반가워요.”
서니는 유정의 길고 가는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여전히 어색하고 민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유정이 백림의 공식 약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친절하게 구는 것도 아니었다.
서니는 억지로 손을 가볍게 맞잡으며, 투덜대듯 말했다.
“오해였네요. 그런데 아침에 왜 바로 말 안 했어요?”
유정은 부드럽게 웃었다.
“말하려고 했는데, 서니 씨가 너무 흥분해 있어서 기회를 안 주더라고요.”
서니는 더더욱 얼굴이 붉어졌고, 그럼에도 사과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오빠를 위해 아니, 사실 유정 씨를 위해서 화낸 거였어요.”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그래서 저를 뭐라고 욕했어도 전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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