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3421화

유정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건네고, 몸을 돌려 게스트룸 쪽으로 걸어갔다. 두 발자국쯤 옮긴 순간, 문득 조백림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순간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유정은 돌아서서 조백림의 등을 향해 매섭게 노려보았다. ‘진짜 못된 놈.’ 속으로 투덜거리며 씩 웃은 유정은 게스트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운 유정은 핸드폰을 열어보니, 서은혜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미안하다며, 화 풀고 푹 자라고, 내일 일찍 집에 오라는 내용이었다. 유정은 그 메시지를 보며 백림이 자신의 행방을 어머니에게 알렸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 [잘 자요.] 짧게 답장을 보내고, 유정은 천천히 오늘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보았다. 사실, 오늘 있었던 오해는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 오후에 어머니가 전화했을 때, 자신은 그저 바쁘다는 말만 하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때 상황을 제대로 설명했어야 했다. 그리고 또 떠오른 사람, 백림. 솔직히 말하면, 그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 부드럽고, 세심하며, 말 한마디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농담을 던질 때만큼은 예외였다. 저녁에 백림과 함께 집으로 돌아올 때, 운전은 기사가 맡고 조백림은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유정은 그때 그의 옷깃에서 아주 희미한 향수를 맡았다. 아마 진짜는 모임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여자와 데이트 중이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미안했다. 과연 어떤 데이트의 어느 순간에 자신 때문에 끊겼을까? 유정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서서히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오늘도 유정이 먼저 일어났다. 빨래를 돌리고, 아침 식사로 먹을 것을 주문했다. 배달음식이 도착해 문을 열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익숙한 배달복장이 아닌 두 명의 여성 직원이 서 있었다. 이윽고 둘은 급히 설명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백화점 전속 매장 직원이예요. 주문하신 옷을 배달하러 왔어요.” 옷은 백림이 주문한 것이었고, 유정은 멍하니 쇼핑백을 받아들었다. 라벨을 확인해보니, 사이즈도 딱 맞았다. 매장 직원들은 활짝 웃으며 물었다. “시착 도와드릴까요?” 유정은 부드럽게 웃었다. “괜찮아요. 고마워요.” 두 사람을 보내고 나니, 백림도 막 방에서 나와 거실로 걸어오고 있었다. 유정은 쇼핑백을 들어 보여주며 물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고마워. 근데 왜 이렇게 많이 샀어?” 쇼핑백 안에는 위아래로 3세트, 그리고 신발 한 켤레가 들어 있었다. 백림은 막 일어난 얼굴로 부드럽게 웃었다. “앞으로 올 때마다 갈아입을 옷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이참에 준비해두자 싶었어.” 유정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럼 금액 알려줘. 바로 송금할게.” 이 브랜드 가격을 대략 알고 있던 유정은, 머릿속으로 얼추 금액을 계산했다. 이에 백림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약혼자가 사준 옷값까지 받겠다는 거야? 아침부터 내 체면 다 구긴다.” 백림은 성큼 다가와 유정의 핸드폰을 빼앗아 소파 위에 던졌다. “언젠가 갚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받아. 오래오래 쓸 인연이야.” 유정은 어깨를 으쓱였고, 결국 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잠시 후, 유정이 주문한 아침이 도착했다.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아 아침을 먹었다. 백림은 식사하는 모습조차 품위 있었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어쩐지 일상적인 동작 하나하나에서 담백하고 고요한 기품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니, 유정은 문득 주윤숙이 떠올랐다. 유정은 한 숟갈 뜨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기 평소엔 안 와?” 백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오지 않아.”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엄마가 잠귀가 워낙 밝아서 말이야. 밤늦게 들어가면 깰까 봐, 평소에는 근처 별장에서 지내. 그래도 아침은 꼭 엄마랑 같이 먹어.”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