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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3화

신화선의 얼굴에도 한결 여유가 돌았다. “신희 몸 좀 좋아지면, 유정아, 너도 이 집으로 다시 들어와. 계속 밖에서 사는 건 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예전엔 유정이도 유지태, 신화선을 참 좋아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신화선이 매주 전화까지 걸어오곤 했다. 유정은 유신희에게 조금 편파적인 건 알면서도, 신희가 몸이 안 좋으니 다들 신경을 더 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화선이 자신에게 해주는 걱정과 인사는 늘 어딘가 가볍고 형식적이었고, 신희에게 보여주는 애정만이 진심이었다는 걸 점점 깨달았다. 유정이 집을 나간다고 말하자, 조엄화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이렇게 나가면, 나도 많이 섭섭해할 거야. 자주 들르렴!” 이에 유정은 담담하게 웃었다. “여기는 제 집인데 당연히 자주 오죠.” 그 말에 조엄화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맞아!” 다들 있는 공간을 나와서 유정이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서은혜는 한편으로는 이런 충동적인 결정을 내린 걸 나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독립하게 된 유정에게 몸 잘 챙기라고 당부했다. 유정은 자기 부모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을 사랑하면서도, 그딴 현실에서 지켜낼 힘은 없어서, 결국 푸념만 늘어놓는 그 모습이 말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게 있어 서은혜에게 옷 정리를 부탁하고, 자신은 뒷마당으로 내려갔다. 집에서 키우는 두 마리의 개는 모두 대형견이었다. 한 마리는 도베르만, 또 한 마리는 래브라도였다. 두 마리 개는 각각의 우리 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유정을 보자마자 일어났다. 유정이 철문을 열자 래브라도가 곧장 달려오자, 유정은 몸을 반쯤 낮추고 그 귀를 잡아당기며 비웃듯 말했다. “지금은 왜 짖지도 않아? 내가 밤에 들어올 땐 왜 그렇게 떠들더니? 내 발소리가 익숙하지 않아서야, 아니면 내 차 소리가 생소해서 그랬던 거야?” 이 래브라도는 원래 유정이가 데리고 온 개였고, 석 달 전까지도 직접 돌보며 정을 쌓은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유정이의 손바닥을 코로 슬며시 밀며, 여전히 순하고 우직했다. 유정의 말을 다 들은 래브라도는 갑자기 자기 집 쪽을 향해 두 번 짖자, 유정이의 눈빛이 번뜩이며 강아지를 내려놓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나무로 만든 우리와 작은 집, 그리고 2미터 정도의 울타리가 있는 공간이었는데, 전담 도우미가 있어 안팎은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나무집은 꽤 넓었고, 유정이는 허리를 반쯤 숙인 채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녀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멈췄다. 눈에 띄지 않는 모퉁이에 검은색 단추처럼 생긴 물건이 붙어 있어, 유정은 그것을 떼어 손바닥에 올려 살펴봤다. 카메라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었다. ‘대체 뭘까?’ 유정은 그 단추를 움켜쥔 채, 두 마리 개에게 사료를 조금 나눠준 후 그 물건을 들고 자리를 떴다. 방으로 돌아오니 서은혜는 유정의 짐을 다 싸둔 상태였고, 유정은 곧 회사로 돌아가야 했기에 긴 대화는 생략하고 짐을 챙겨 차를 몰고 나갔다. 가는 길에 조백림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시간 괜찮아?” [무슨 일이야?] “좀 봐줬으면 하는 게 있어.” 백림은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 [급한 건 아니지? 나 지금 해성에 있어.] 이에 유정이 바로 답했다. “응, 급한 건 아니야. 돌아오면 얘기하자.” 백림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나 오후 비행기 타고 갈 거라서, 강성에 도착하면 아마 해 질 무렵일 거야. 도착하면 연락할게.] “그래!” 유정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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