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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5화

조백림의 얇은 웃음기 속에 묻어있는 목소리는 싸늘했다. [복수해 줄까?] 유정이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응. 좋은 방법 있어?” 백림은 차가운 눈빛을 머금은 미소로 대답했다. [당연히 있지. 내 약혼자를 건드렸으면, 자기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뼈저리게 알게 해줘야지.] 그 말에 유정이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백림은 평소에도 농담처럼 가볍게 말을 던지는 편이라, 이제 웬만한 말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오늘은 유난히 휴대폰을 댄 귀 쪽이 달아오르는 듯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유정이 조용히 물었다. “어떻게 할 건데?” 백림은 자신의 계획을 유정에게 설명하자, 유정은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작게 들뜬 듯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백림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오후에 사람 시켜서 물건 돌려보내 줄게.] 유정은 벌써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응!” 오후, 유정이는 정시에 퇴근해서 본가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마침 서은혜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딸이 보고 싶다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정은 강성에서도 유명한 한 과자점 앞을 지나다가 차를 멈추고, 계절 한정으로 나온 신선한 화과자와 강정을 사 들고 들어갔다. 집에 도착하니 마침 온 가족이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고, 유정이 들어서자 신화선과 조엄화가 놀란 듯 말했다. “유정아, 웬일로 왔어?” 그런 말투에 서은혜는 불편한 기색이 들었다. 여기도 유정의 집인데, 왜 딸이 오면 안 된다는 듯 말하는 걸까? 그러나 곧 서은혜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보고 싶어서 불렀어. 퇴근하고 집에 오라고 했지.” 그 말에 조엄화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밖에서 살더니, 퇴근도 빨라졌구나?” 그러나 유정은 그런 말에 일절 반응하지 않고, 사 온 간식거리들을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화과자예요.” 신화선은 여전히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자기 집 오는 건데 뭘 또 사 오고 그래?” 사실 유정은 가족에게 선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집에 올 때마다 지역 특산품을 한가득 사 왔고, 사회인이 된 이후에는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식구들 하나하나에게 선물을 챙겼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들은 한 통화에서 유정은 마음이 식었다. 신화선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친구가 목걸이를 예쁘다고 칭찬하자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이건 별거 아니야. 그냥 대충 차고 다니는 거지 뭐.” 그러고는 손목에 찬 팔찌를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건 우리 손녀 신희가 사준 건데, 이게 진짜 귀한 거지.” 그 순간 유정이는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버렸고, 그 후로는 단 한 번도 가족에게 선물을 사지 않았다. 그때 정원에서 산책하던 신희가 들어오며 반갑게 말했다. “언니 왔어요?” 유정은 미소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어, 신희야.” “다 내 잘못이에요. 잠귀가 밝아서 언니를 이사 가게 했잖아요.” 신희는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자, 유정이 가볍게 웃었다. “괜찮아. 밖에 사는 것도 편해.” 신희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 바쁜 시기만 지나면, 언니도 얼른 다시 들어와요. 우리 집은 누구 하나 없어도 적응이 안 된다니까요.” 소녀처럼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그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데, 진실을 알고 있는 유정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저런 천사 같은 얼굴로 그렇게 사악한 일을 꾸밀 수 있을까?’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서기 전, 유정은 일부러 뒤뜰 쪽을 한 번 돌아봤다. 서은혜는 딸을 붙잡고 밖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묻더니, 오늘 밤은 집에서 자고 가라고 권했다. 하지만 유정은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잠시 이야기만 나눈 뒤 백림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도착하자마자 유정이는 칵테일 병 하나를 따서 고개를 젖혀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차갑고 짜릿한 감각이 입 안에서 퍼져 나가며 속을 시원하게 쓸어내렸다. 기분이 후련해진 유정이는 휴대폰을 들고 백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좋은 소식 기다려!] 잠시 후 백림이 답장을 보냈다. [그래, 기대할게.] 유정이는 백림이 아마 약속 중일 거라고 생각해서 더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날 밤, 유정이는 오랜만에 푹 자고 상쾌하게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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