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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7화

서은혜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신화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그 사정은 부모님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처음부터 저희는 그 약혼 얘기를 전혀 몰랐어요!” 하지만 둘은 모른 척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조엄화는 흥분해 입을 열었다. “형님, 진짜 몰랐어요? 예전에 유정이가 성준이한테 차이고 죽네 사네 했을 때, 형님이 유정이 체면 생각해서 급하게 조씨 집안이랑 약혼시키신 거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신희의 약혼자를 유정이 가로챈 거죠!” 그 말에 유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차가운 시선으로 조엄화를 쳐다봤다. 서은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눈을 부릅떴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유정이 성준과 헤어지고 나서 한동안 무기력했던 건 사실이었다. 마침 유지태가 조씨 집안과의 혼사를 논의하자고 둘째 아들 부부에게 제안했다. 유탁준과 서은혜는 조씨 집안이 조건도 더 좋았고, 딸이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 신희는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다. 서은혜는 결국 유지태를 향해 호소하듯 말했다. “아버지, 그때 조씨 집안 얘기 꺼내신 게 아버님 아니셨어요? 저랑 유정이 아빠랑 상의하자고 찾아오셨잖아요. 유정이 생각해서 얘기 좀 해주세요!” 그러자 유지태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때 일이야 나도 잘 기억 안 나. 지금 중요한 건 그 물건 아니냐? 쓸데없는 얘긴 그만하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노골적인 편애에 유정이의 마음은 또 한 번 식어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는 또다시 참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거실 안은 깊은 침묵에 잠겼고, 그 정적을 유정이가 깼다. “혹시라도 이 물건을 누가 설치한 건지 밝혀지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조엄화는 비웃듯 말했다. “유정아, 너 지금 자백하려는 거야?” 유정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묻는 거예요.” 신화선이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 “가족한테 이런 악독한 짓을 했으면, 당연히 가볍게 넘어가선 안 되지.” 유정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처벌을 하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신화선은 당황한 듯 유지태를 바라봤고, 그는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신희가 피해를 입었으니, 당연히 그 보상부터 해야지. 네 명의로 된 재산과 지분 중 20%를 신희한테 넘겨라.” 서은혜는 숨을 들이켰고, 유탁준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이에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 그건 너무 과한 처벌 아닐까요?” 조엄화는 즉시 비아냥거렸다. “아주버님이 벌써 봐달라고 하시네요. 결국 유정이가 한 짓이라는 걸 인정하시는 거죠?” 말주변 없는 유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유정이가 나섰다. “만약에 제가 누군가한테 누명을 쓴 거라면요? 그 사람도 똑같이 처벌하실 건가요?” “누명이야?” 유지태는 얼굴을 굳히며 되물었다. “누가 너한테 누명을 씌웠다는 거지?” 사실 오늘 유정이를 의심한 것도 단지 온 가족의 추측에 불과했기에, 유정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그저 묻는 거예요. 할아버지만 공정하고 공평하게 답해주시면 돼요.” 그 말에 자극받은 유지태는 즉답했다. “당연하지. 누가 그런 짓을 했건 똑같이 처벌받아야지!” 유정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됐어요.” 조엄화는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듯 의심스럽게 유정이를 쳐다봤다. 뭔가 물으려는 찰나,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 “유정 아가씨 약혼자분이 도착하셨어요!” 조엄화는 코웃음을 쳤다. “참 빠르기도 하네!” 유정이는 고개를 돌려 현관 쪽을 바라봤고, 그곳에는 키 크고 잘생긴 백림이 서 있었다. 그 순간, 마음 깊숙한 곳까지 놓였고, 숨을 고르면서도 눈가가 벌써 붉어졌다. “와줘서 고마워.” 백림은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를 힘껏 끌어안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왔어.” 유정은 등 뒤로 온 가족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이 망할 놈, 또 이렇게 노골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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