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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8화

유정은 자연스럽게 조백림의 허리를 끌어안고, 손에 힘을 줘 꾹 꼬집었다. “인제 그만 안 놓을래? 언제까지 안고 있을 건데?” “움직이지 마,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백림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그녀의 귓가에 숨결을 불어 넣자, 유정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백림이 약혼녀를 다정하게 위로해 주는 것 같았고, 두 사람 사이가 무척이나 돈독해 보였다. 그 모습에 서은혜는 속으로 안도했다. 그동안 유정은 백림과의 약혼을 내내 거부해 왔고, 백림의 이름만 나와도 늘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그런데 언제 이렇게 가까워진 건지, 본인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커플을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다른 가족들은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는지 당황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고, 특히 유신희는 백림의 잘생긴 얼굴과 깊은 눈빛을 보며, 모르게 주먹을 꼭 쥐었다. 신희는 꼭 백림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원래는 자신의 것이었는데 뺏겼다는 생각에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백림이 유정을 풀어주고는, 맑고 담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할아버님, 할머님, 아버님, 어머님.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방문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통화 중 유정이 목소리가 너무 불안해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 유정은 백림의 빈틈없는 말솜씨를 들으며 입이 떡 벌어졌고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었으나, 겨우겨우 참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유정은 백림에게 전적으로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은 억울한 피해자 역할만 잘하면 되었다. 유지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별일 아닌데 괜히 백림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구나.” 백림은 유정이의 손을 잡고,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제 눈엔 유정이랑 관련된 일이라면, 그 어떤 일도 작은 일이 아니에요.” 그 말에 유정이는 입꼬리를 살짝 올라갔다가, 도무지 어떻게 할지 몰라 뻣뻣하게 가만히 있었다. 곧 서은혜가 나서서 백림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에 백림은 거실 탁자 앞으로 가서 문제의 검은 단추를 집어 들고,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유정의 성격은 제가 누구보다 잘 알아요. 유정은 정직하고 따뜻한 사람이라 절대로 이런 짓을 할 리 없어요.” 서은혜는 백림이 딸을 그렇게 믿어주는 것이 정말 든든하고 기뻤다. 그때 유신희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맺힌 눈물, 불안하고 나약한 표정으로 조백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언니가 저를 그렇게 해치려 했다고는 믿지 않아요. 우리는 평소에 사이가 좋았어요. 언니가 집을 나간 것도, 사실 저는 많이 속상했어요.” 조엄화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너 바보야? 맨날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세상 물정을 몰라. 겉으로 착한 척하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는 거지!” 백림은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숙모님, 혹시 제 약혼자가 그런 짓을 했다는 증거가 있으신가요? 만약 없다면, 아까 하신 말씀은 명백한 명예훼손이에요.” 백림의 목소리는 단정하고 또렷하게 울렸고, 조엄화는 순간 얼굴이 새하얘졌다가, 곧바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차피 백림 씨는 유정이 편일 테니, 당연히 감싸고 돌겠죠!” 이에 백림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누구도 감정 섞지 말고, 있는 사실로만 이야기하죠.” 그러고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지금 바로 사람 부를게요. 이게 대체 어떤 장치인지, 제대로 밝혀보죠.” 유씨 집안 사람들은 각자의 복잡한 표정으로 백림을 바라봤고, 신희는 신화선의 손을 꼭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이건 언니의 명예가 걸린 일이에요.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않는 게.” 그러나 신화선은 신희의 손을 가볍게 토닥이며 위로했다. “너는 신경 쓰지 마. 오늘은 반드시 너한테 납득할 만한 답을 받아야 해.” “맞아요!” 조엄화도 맞장구쳤다. “누가 너를 해쳤는데도 그 사람 체면까지 봐주려고 하니, 이 세상에 너만 착한 줄 알겠어!” 신희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잠시 후, 거실에 백림이 부른 사람들이 도착했다. 기술자 두 명, 장비를 든 직원 네 명, 총 여섯 명이었다. 백림은 문제의 검은 단추를 내밀며 말했다. “이게 어떤 장치인지 확인해 주세요.” 사람들은 즉시 작업에 들어갔고, 유씨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분석이 시작되었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장치는 완전히 해체되었고, 기술자는 백림에게 그 원리를 설명했다. 그 장치는 레이더 장비를 통해 유정이의 차량을 감지했고, 차량이 특정 범위 안에 들어오면 3분 뒤 자동으로 전자파를 방출해 개들의 신경을 자극하는 구조였다. 그 결과, 개들은 깜짝 놀라며 미친 듯이 짖어대게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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