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31화
조엄화도 유신희를 노려보며 분노를 터뜨렸다.
“정말 네가 한 짓이야? 이 못난 것!”
말을 마치자마자 탁자 위에 있던 걸 아무거나 집어 들더니 유신희에게 내던졌다. 신희는 당황해 몸을 피했고,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고개를 연신 저었다.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내가 한 거 아니에요!”
유정이는 단호하게 밀어붙였다.
“증거가 이렇게 명확한데도 아직도 발뺌해? 정말 내가 경찰에 신고해야만 그때야 인정할 거야?”
유정은 조금 전 자신을 몰아세운 가족들을 떠올리며, 이번엔 절대 유신희를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신화선은 이제 와서 태도를 바꿔 유정이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유정아, 우리 식구끼리 일이잖니. 경찰은 부르지 말자, 응?”
이에 유정이는 되물었다.
“그러면 할머니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때 저를 몰아세우실 때는, 제 재산과 지분 20%를 신희에게 넘기라고 하셨죠.”
“지금은 유신희가 저를 함정에 빠뜨린 게 드러났으니, 똑같이 벌 받아야죠?”
유지태와 신화선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문이 막혀버렸고, 조엄화는 유정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회유하려 들었다.
“유정아, 네가 언니잖아. 네 동생 아직 어려서 뭘 잘 몰라, 좀 봐줘야지.”
유정이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저보다 겨우 한 살 어릴 뿐이에요.”
조엄화는 곧장 서은혜에게 시선을 돌렸다.
“형님, 내가 신희 대신 유정이한테 사과할게요. 애들끼리 장난친 거예요. 신희는 원래부터 천진난만해서.”
그때, 백림이 느긋하게 끼어들었다.
“유정이는 마음이 약해서 그냥 넘어가려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전 그럴 수 없어요.”
“제 약혼자가 피해를 봤다면, 당연히 제가 나서야죠. 그러면 제가 경찰에 신고하죠.”
“백림아!”
유지태는 거의 부탁하듯 조백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가족 일이잖니. 밖에 알려지면 체면이 말이 아니야.”
백림은 휴대폰을 쥐고 차분하게 말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처음에 말한 대로, 유신희 지분 20%를 유정이한테 넘기세요. 그러면 더는 추궁하지 않을게요.”
유지태는 신희가 전과자가 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다. 당장 처리하게 하마.”
“신희야!”
조엄화가 다급하게 소리쳤고, 모두의 시선이 신희를 향했다. 신희는 가슴을 움켜쥐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휘청거리더니, 결국 주저앉듯 바닥에 쓰러졌다.
유씨 가족들은 순식간에 패닉에 빠졌다. 모두 신희를 둘러싸고, 울고 소리 지르고, 약을 찾고, 병원에 연락하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서은혜와 유탁준조차도 당황해 허둥댔지만 유정이는 조용히 그 광경을 바라볼 뿐, 그 누구보다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몸이 약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희는 언제나 모든 걸 먼저 선택할 수 있었고, 잘못을 저질러도 언제나 용서받았다.
결국 신희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 처치를 받았고, 처벌 문제는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신화선은 병원에 가기 전 이렇게 말하고 갔다.
“신희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 일 절대 그냥 안 넘길 거야!”
도대체 누구에게 그렇게 경고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한바탕 소동과 혼란이 지나간 후, 유씨 저택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해졌다. 거의 모든 가족이 신희를 따라 병원에 갔고, 오직 유정만이 저택에 남아 있었다.
유정은 계단에 앉아 조용히 익숙하면서도 낯선 저택의 마당을 바라보았다.
그때, 따뜻한 햇살 속에서 백림이 다가왔다. 긴 그림자가 유정의 앞을 가로지르자, 유정이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물었다.
“하이텍 테크놀러지 사람들은 갔어?”
신희와 연락을 주고받은 그 프로그래머는 신희에게 거액을 받고 곧장 강성을 떠났다.
그랬기에 백림이 불러온 프로그래머는 그 사람을 대신한 미끼였을 뿐이었다.
“응, 보냈어.”
백림의 목소리는 잔잔하고 부드러웠고, 가을 햇살 속에서 바람처럼 그녀의 가슴 깊은 곳을 어루만졌다.
백림은 유정이 옆에 앉으며 말했다.
“기분 나빠? 유신희가 살아 있는 한, 오늘 일은 끝난 게 아니야. 하지만 걱정 마. 내가 네가 받아야 할 건 반드시 받아내게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