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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2화

유정이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로 낙엽 하나를 만지작거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난 그 20% 지분 같은 거, 전혀 관심 없어.” 백림은 눈썹을 살짝 올리더니, 유정의 속내를 알아챘다. 하지만 백림은 위로해 줄 말을 찾지 못했다. 가족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굴레였고, 쉽게 바꿀 수 없는 현실이었다. 유정은 금세 우울한 감정을 털어내고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래도 고마워. 적어도 이번 일로 내 누명은 벗겨졌잖아.” 이번 일은 백림이 크게 도와줘서 해결되었다. 이에 백림은 장난스레 물었다.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할 거야?” 유정이는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우리 둘 사이에야, 늘 서로 빚지고 갚고 그러는 거잖아. 결국 퉁 쳐지는 거지 뭐.” 백림은 웃음을 터뜨렸다. “고맙다고 하더니, 진심이 하나도 없네? 가만히 따져보면, 너 나한테 진 거 훨씬 많거든? 어떻게 그걸 퉁 치겠다는 거야?” 유정이는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어?” 백림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다음 주 토요일이 우리 엄마 생신이야. 엄마가 너 되게 좋아하시거든. 같이 가서 생일 축하해 줘. 그걸로 퉁 쳐.” 생각보다 별 큰 어려움이 없는 부탁이라 유정은 단번에 수락했다. “좋아, 문제없어!” 백림이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약속한 거다. 난 이만 가볼게.” 유정은 여전히 계단에 앉아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잘 가, 도련님!” 백림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햇살 아래 백림의 그림자가 길게 뻗어 있었고, 잘생긴 얼굴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잘 있어, 작은 사모님!” 유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는데, 백림과 실랑이하듯 웃고 나니, 유정이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유정 또한 차를 타고 회사로 돌아갔다. 자신만 잘난 건 별 의미 없는 거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야 하고,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건 돈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신희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살아난다면, 부끄러워서라도 고개를 못 들고 다녀야 할 것이었다. 그날 오후, 유정은 신희가 병원에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을 만큼 바빴다. 밤 8시가 되어 퇴근 준비를 하려는 참에 서은혜에게 전화가 왔다. [유정아, 신희 괜찮아졌대. 응급치료 잘 끝났고, 이젠 괜찮아.] 그러나 유정은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목소리로 응답했다. “그래요.” 서은혜는 조심스레 말했다. [지금은 아직 의식이 없지만, 몸이 많이 약해져서, 그 애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도 못 물어봤어.] [아마 몸이 안 좋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던 것 같아. 너 언니잖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 주면 안 될까?] 그 말에 유정은 펜을 내려놓고, 창밖 어두운 야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바로 그런 식으로 계속 감싸주니까, 그 애가 점점 선을 넘는 거예요.” 서은혜는 미안한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 이번엔 네가 억울했어. 근데...] “근데 뒤에 할 말은 하지 마세요. 듣고 싶지도 않아요. 그 애가 날 함정에 빠뜨리려고 자기 목숨까지 걸 뻔했는데, 내가 뭘 더 해줘야 해요?” 유정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냥 편히 쉬게 해 주세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계속 감싸주시면 돼요. 결국엔 자기 손으로 자기 무덤 파게 될 테니까요.” 서은혜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제쯤 집에 들어올 거니?] “당분간 일이 바빠요. 급한 일 있으면 전화 주세요.” [그래, 그럼 몸조심하고.] “네.” 전화를 끊은 유정이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그 후 일주일 동안, 유정은 거의 매일 자정 가까이 퇴근했다. 회사 일로 정신없는 나날이었고, 밤늦게 백림의 아파트에 돌아올 때마다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그 공간은 유정에게 정말로 쉼터였다. 늦게 들어와도 눈치 보일 일이 없고, 하루 종일 달려온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였다. 그러나 그 일주일 내내, 유정은 백림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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