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34화
백림은 얼굴에 생크림이 묻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해 잠시 얼이 빠졌다. 하지만 곧장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혀끝으로 입술 가장자리를 살짝 핥으며 말했다.
“달달하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백림에 유정이는 정말 폭발 직전이었다.
‘이 사람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그 고고한 학처럼 고상한 주윤숙 에게서 어째서 이렇게 화려하고 요염한 자식이 나올 수 있을까 정말로 의구심이 들었다.
백림은 티슈를 뽑아 느긋하게 얼굴을 닦으며, 생크림에 대해 한 마디 더 보탰다.
“달지만 질리지 않고, 입에 넣자마자 녹는 느낌이야. 생크림 배합 잘했네.”
유정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그럼 원 없이 먹어보시지!”
유정은 케이크용 주걱을 들어 백림의 얼굴에 생크림을 바르려 했다.
하지만 백림은 빠르게 손목을 낚아채더니 재빨리 손을 돌려 생크림을 유정이 쪽으로 향하게 했다.
“자기가 만든 거, 자기도 맛 좀 봐야지?”
유정은 당황해서 계속 뒤로 물러났고, 결국 싱크대에 등을 붙인 채 고개를 젖혀 피하려 했다.
“조백림, 그만해!”
유정이 머리를 홱 돌린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주윤숙이 주방 입구에 서 있었던 것이다.
민낯에도 차분하고 우아한 그녀는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장난치는 두 사람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유정이 당황하자 주윤숙이 그제야 조용히 돌아서며 한마디 덧붙였다.
“남자는 여자 괴롭히면 안 돼.”
백림은 그제야 유정의 손목을 놓고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유정의 손에 묻은 생크림을 핥아 먹었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는 은은하게 반짝이며 말했다.
“괴롭히는 대신, 내가 먹어줄게.”
유정은 대리석 조리대에 허리를 기대며 상체를 젖힌 채 발로 그를 툭 찼다.
“아직도 장난칠래?”
유정은 망신당한 게 억울했지만, 백림은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나며 태연히 웃었다.
“우리 집인데, 뭐가 부끄럽다고?”
능글맞은 백림에 유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
“여긴 네 집이고, 난 손님이거든!”
이에 백림은 미간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원하면 네 집이라고 해도 돼.”
그러나 유정이는 단칼에 잘랐다.
“싫어!”
백림은 대꾸 없이 미소만 지으며 다시 미역국을 준비하러 갔다. 유정은 케이크를 장식하면서도 집중력 있게 손을 놀리면서 백림에게 말했다.
“이따가 생신 축하드린다는 문구는 네가 써.”
그리고 백림은 기분 좋게 대답했다.
“오케이!”
부엌엔 둘만 남아 케이크와 미역국을 만들었다.
서로 간섭하지 않았고, 가끔 도구를 건네거나 가벼운 말다툼만 있었을 뿐, 분위기는 무척 평화로웠다.
주윤숙 또한 계속 거실에서 책을 보며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았다.
정오가 되어 세 사람은 생일 미역국을 함께 먹었다. 하얀 식탁보 위에는 단출하게 미역국과 밥이 놓였고, 중앙엔 유정이가 만든 생일 케이크와 정성껏 준비한 디저트가 함께 놓였다.
식사 전에 백림은 작은 선물 상자를 꺼냈다.
“엄마, 유정이가 드리는 생일 선물이에요.”
“어머님, 생일 축하드려요. 늘 아름다우시길 바라요!”
두 사람의 말이 겹치며 동시에 유정이도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그 순간, 둘은 서로를 보고 동시에 멈칫했다. 주윤숙은 영리한 사람이었기에 금세 상황을 알아차렸다.
백림이 혹시 유정이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을까 봐 미리 챙겨둔 것이었지만 유정이는 이미 스스로 준비해 온 상태였다.
그러나 주윤숙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유정이가 두 개나 준비했네?”
유정은 상황을 다 파악하고는 백림을 흘겨봤는데,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렸다는 눈빛이었다.
주윤숙 생일에 선물 없이 올 리가 없는데, 왜 굳이 챙긴 거냐고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유정에 백림은 그저 웃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