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36화
주윤숙과 조백림은 이미 익숙한 듯 전혀 놀라지 않았고, 주윤숙은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수고 많았어요, 진문석 집사님, 2층 왼쪽 두 번째 방에 두세요.”
진문석은 즉시 공손하게 답했다.
“네. 그럼 제가 사람들 데리고 올라가도록 하죠. 사모님은 식사 먼저 하시죠.”
진문석은 사람들을 이끌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주윤숙은 별다른 감정 없이 계속 천천히 밥을 먹었다.
백림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 비웃는 듯 웃음을 흘렸다.
유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 조변우는 늘 내연녀와 함께 지내고, 그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가족 식사 자리에서도 황급히 자리를 뜨곤 했다.
그렇게 그 여자를 아끼는 사람이지만, 아내인 주윤숙에게까지도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다니. 이건 대체 무슨 관계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씨 집안의 집안일은 자신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유정은 호기심을 억누르고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계속했다.
곧 진문석은 사람들과 함께 내려왔고, 여전히 허리를 약간 숙인 공손한 자세로 말했다.
“사모님, 사장님께서 여사님의 생일을 축하드리며, 사모님이 끓이신 미역국을 드시고 싶다고 하세요. 괜찮으시겠어요?”
그 말에 주윤숙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백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엌 가서 한 그릇 더 해와.”
백림은 주윤숙을 많이 따랐기에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고, 유정은 진문석이 안도의 숨을 쉬는 걸 똑똑히 보았다.
미역국은 미리 끓여두었고, 조금 데우기만 하면 되었기에 백림은 금방 한 그릇을 내왔다.
진문석은 매우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그릇을 받아, 미리 준비한 보온함에 넣고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 주윤숙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요. 다시 한번 생신 축하드려요. 건강하세요.”
주윤숙은 잔잔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고마워요.”
진문석은 조심스레 고개를 숙이고는 사람들과 함께 떠났다.
주윤숙은 유정의 국그릇이 거의 비워진 것을 보고, 백림더러 유정에게 더 퍼주어라 했으나, 유정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배불러요!”
“맛은 어땠니?”
주윤숙의 질문에 유정은 백림을 힐끗 보더니 솔직히 말했다.
“정말 맛있었어요. 근데 너무 배불러서 더 못 먹겠어요.”
주윤숙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자주 백림이가 해줄 수도 있겠네.”
유정은 백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었지? 어머님께서 하라고 하셨어!”
“명 받들게.”
백림은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
“먹고 싶을 땐 언제든지 말해. 전담 요리사 대기 중이니까.”
백림의 반응에 유정은 만족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백림은 그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유정을 보며 미소 지었다. 유정이 일부러 어머니 앞에서 익살을 부리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모습이 그를 무척 기분 좋게 했다.
식사가 끝난 뒤, 주윤숙은 뒷마당의 불당에 가서 불공을 드리러 갔다. 유정은 그 틈에 인사를 드리고 돌아가려 했다.
백림이 유정을 배웅하며 말했다.
“오늘 어머니가 아주 기뻐하셨어. 정말 고마워.”
유정은 쿨하게 말했다.
“너도 나한테 큰 도움을 줬잖아. 그리고 나도 어머님 정말 좋아해. 오늘은 나도 즐거웠어.”
백림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렇게 잘 맞는다니, 차라리 우리 엄마를 네 시어머니로 모시지 그래?”
이 말에 유정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에이, 시어머니는 좋은데, 아들은 내가 맘에 안 들어.”
그러자 백림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유정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자기 차로 걸어갔다.
“간다, 빠이!”
백림은 유정의 시원시원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에 빛이 반짝였고, 유정이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유정은 차를 몰고 가는 길에 문득 생각이 났다. 자신이 만든 첫 번째 케이크는 주윤숙에게 선물했지만, 정작 친엄마에겐 한 번도 직접 만들어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금 당장 만들어봤자 늦을 것 같아, 도중에 케이크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예쁘게 꾸며진 케이크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케이크 상자를 들고 본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