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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7화

막 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에서 신화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정이 일이 그렇게 바빠? 주말에도 안 오고, 신희가 입원했는데 사촌 언니라는 애가 한번 보러오지도 않잖니!” 그 말투엔 온통 원망이 묻어 있었다. 이에 서은혜가 말했다. “신희가 이번에 한 일은 너무 심했어요. 유정이 마음에 큰 상처를 줬잖아요.” 그 말에 신화선이 바로 받아쳤다. “그날 일은 이상한 점이 많았어. 네가 어른이면서도 신희의 부계정을 안다고 거짓말까지 했잖아.” “그날 신희가 입원해서 너희 시아버지랑 난 따로 추궁하지 않은 거야!” 서은혜는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거짓말하긴 했지만, 그건 정말로 신희가 꾸민 일이 맞잖아요.” 신화선이 단호하게 말했다. “신희가 우리한테 다 설명했어. 그 번호는 예전에 잃어버린 거고, 누가 로그인해서 사칭한 거래. 그 계정으로 우리 가족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했던 거야.” 유정은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로 화가 치밀었지만, 할머니가 신희의 그렇게 허술한 거짓말을 믿는 걸 보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편들고 싶은 마음이 너무 뻔했다. 무슨 말을 해봤자 다 소용없을 테니, 괜히 입만 아플 뿐이었다. 유정은 거실로 가지 않고, 케이크를 들고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테라스에 앉아 옆에 놓은 케이크 상자를 열고는, 홧김에 덥석 집어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서은혜가 올라왔을 땐, 유정이 숟가락으로 케이크를 입에 가득 밀어 넣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언제 왔어?” 유정은 케이크에 목이 메어 말이 막혔고, 서은혜는 얼른 물을 건넸다. 물을 마신 유정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가 신희 편들면서 변명해줄 때요.” 서은혜는 유정의 옆에 앉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 할머니도 요즘은 조심하는 거야. 이 일 퍼지면 망신당하는 건 신희만이 아니라 우리 유씨 집안 전체가 우습게 되는 거니까.” 유정은 먹지 않은 반쪽 케이크를 서은혜에게 건넸다. “이거, 엄마 주려고 산 거예요. 먹어요.” 서은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생일도 아닌데 웬 케이크야?” “그냥 보이길래 샀어요. 별거 아니에요.” 유정이 퉁명스레 말하자, 서은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시간 있으면, 신희한테 한번 가봐. 병문안이라도.” 그 말에 유정의 표정이 단박에 굳었다. 손에 들고 있던 케이크를 휙 낚아채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고 싶은 사람 가라고 해요. 나는 절대 안 갈 거니까!” 서은혜는 홧김에 가버리는 유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애다, 애.” 그렇게 유정은 그 주말 내내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당연히 신희 병문안은 더더욱 가지 않았다. 일요일 밤, 유정의 친구 두 명이 전화로 연락해 놀자고 했다. 유정은 마침 원래 살던 아파트로 돌아가려던 참이라, 서은혜에게 말 한마디 남기고 차를 몰고 나갔다. 세 사람은 바에서 만났고, 술을 마시며 무대 위에서 춤추는 잘생긴 남자들을 구경했다. 좋아하는 마음은 남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름다움을 향한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본능이고, 그걸 억누를 필요는 없었다. 때로는 마음껏 해방하는 게 정신건강에 더 좋다. “유정아!” 유정을 부른 친구는 소강희였다. “언제쯤 너네 약혼자 좀 보여줄래? 한번 보자!” “맞아!” 다른 친구인 전소은도 맞장구쳤다. “그렇게 오래됐는데 아직도 한 번도 안 보여줬잖아. 뭐 그렇게 신비주의야?” 둘은 유정이 성준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돼 약혼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약혼 소식조차 듣지 못했다. 백림이라는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지만, 실물은 아직 누구도 본 적이 없었다. 백림은 몇 번 스캔들로 뉴스에 나긴 했지만, 매번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고, 기사도 금방 삭제됐다. 그래서 조씨 집안의 후계자는 아직도 외부엔 신비한 인물이었다. 유정은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코 하나, 눈 둘. 다른 남자들이랑 똑같아. 말할 것도 없어.” 강희는 유정이 이 약혼을 집안에서 정해준 거고, 정작 본인은 좋아하지도 않으며 약혼 사실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유정이 화장실에 간 사이, 소은이 강희에게 속삭였다. “앞으로 유정이 남자 얘긴 묻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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