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38화
소강희는 다리를 꼬고, 한 손엔 술병을 들고 어깨를 으쓱였다.
“약혼자가 밖에서 자꾸 딴짓하고 다닌다며? 나라도 말 안 하고 싶겠어.”
전소은도 말을 보탰다.
“그래서 우리가 낫다니까. 그냥 평범한 사람이 더 좋아. 연애도 자유롭고. 유정이는 결혼 문제조차 자기 마음대로 못 하찮아!”
강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벌써 유정이 결혼하고 나서 어떻게 살지 그려져. 진짜 안 됐어.”
두 사람은 한참이나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쉬었다. 유정이 돌아오고 나서, 셋은 다시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셋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비록 유정이 이후 북성에서 대학에 다녔지만, 고향에 돌아올 때마다 꼭 한 번씩은 만났기에 관계가 끈끈했다.
강희가 진실게임을 제안했고, 첫 번째로 전소은이 걸렸다. 벌칙은 옆 테이블에 앉은 검은색 캐주얼 옷의 남자에게 가서 연락처를 따오는 것이었다.
소은은 이름처럼 말간 인상이었고, 귀엽고 예쁜 얼굴을 가진 스윗걸이었다. 얼굴을 붉히며 망설이다가 결국 옆 테이블로 갔다.
몇 분 후, 소은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돌아왔고, 눈빛엔 묘한 자신감이 비쳤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이밀며 말했다.
“받았어!”
강희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걔가 데이트하자고는 안해?”
“됐거든!”
소은이 강희의 다리를 발로 툭 찼는데, 소은에겐 남자친구가 있었다. 두 번째는 유정이 걸렸고, 유정은 진실을 선택했다.
이에 강희가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너랑 성준이 처음 잤을 때가 언제야?”
유정은 술을 꽤 마신 상태였고, 눈이 약간 흐릿했고, 소파에 기대며 당당하게 눈썹을 치켜올리고 말했다.
“우리 그런 적 없어.”
그 말에 강희와 소은은 동시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강희가 바로 말했다.
“말도 안 돼! 너희 꽤 오래 만났잖아. 걔가 문제야? 아니면 네가 문제야?”
유정은 성준 생각만 해도 울렁거렸는데, 아까 마신 술이 다 올라오는 기분이라, 시큰둥하게 말했다.
“질문은 했고, 답은 했어. 더 묻고 싶으면 내가 또 걸릴 때 물어.”
강희는 궁금증에 입이 근질거렸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았다. 몇 번 더 게임을 하던 중, 유정이 또 걸렸다.
강희는 이번엔 정말 묵직한 질문을 던질 기회를 노렸지만, 유정은 벌칙을 골랐다. 이에 소은은 신이 나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바 테이블 앞에 앉은 한 남자를 가리켰다.
“저기 검은 셔츠 입은 남자 보여? 저 남자한테서 연락처 따 와!”
그러나 강희는 반대했다.
“연락처 따오는 건 자극이 없잖아. 차라리 뽀뽀해!”
“푸!”
유정은 입에 머금은 술을 뿜을 뻔했다. 그 남자를 흘끗 본 유정은, 남자 옆에 여자 한 명이 함께 앉아 다정하게 얘기하고 있는 걸 보았다.
‘딱 봐도 연인 같았는데 그 상황에서 뽀뽀하라고? 도덕은? 양심은? 체면은 어떻게 하고?’
“안 해. 차라리 벌주 마실래!”
유정은 단호하게 말했다.
“못하겠어?”
강희는 유정 손에 있던 술을 낚아채더니 말했다.
“내가 더는 안 괴롭힐게. 그냥 연락처만 받아와.”
소은은 턱을 괴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래, 나도 아까 했잖아. 유정아, 너 그런 소심한 스타일 아니잖아.”
유정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바 테이블 쪽으로 향했고, 생각은 이미 정리돼 있었다.
‘딱 가서 받아오고, 여자친구 앞에서 바로 삭제하면 되지. 괜히 오해 만들 필요 없잖아.’
술집 안은 조명이 반짝이고, 사람들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유정은 가까이 다가가면서 남자의 옆모습을 확인하고,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 급히 몸을 돌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백림이었다.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하필 여기서, 딴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마주치다니!
오늘은 정말 재수가 없었다.
몇 미터 떨어진 자리에서, 백림의 옆에 있던 여자가 유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아까 그 여자, 당신한테 관심 있는 것 같던데? 그런데 왜 갑자기 가버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