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40화
분위기는 내내 아주 좋았고, 유정은 진심으로 조백림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역시나 수많은 연애를 해온 바람둥이답게, 여자 다루는 데 있어선 손에 익은 솜씨였다.
한 번에 여러 명을 상대하면서도 전혀 어색함 없이, 완벽하게 조율해 내는 모습이었다.
전소은이 연속으로 두 번이나 게임에서 져서 유정이 대신 술을 마셨는데, 잔을 비우자, 유정은 머릿속이 멍해지고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지는 걸 느꼈다.
백림은 유정을 한번 바라보더니, 직원에게 요구르트를 주문해 그녀에게 건넸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 뒤,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늦었네. 아가씨들, 슬슬 집에 가야 할 시간 아닌가요?”
강희와 소은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터라, 손목시계를 보고서야 늦은 밤이 된 걸 깨달았다. 그래도 아쉬운 기색은 감추지 못했다.
헤어지기 전, 소은은 먼저 백림에게 연락처를 물었고, 백림은 공평하게 강희에게도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말했다.
“시간 나면 또 같이 보자고요.”
셋은 함께 바깥으로 나왔다. 그때 유정은 문득 백림과 함께 있었던 여자 생각이 나서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술집 문을 나서자, 밤공기 속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머리를 맑게 했다. 모두가 무의식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상쾌한 공기를 느꼈다.
백림은 강희와 소은에게 각각 차량을 불러 귀가시켰고, 소은이 물었다.
“그럼 유정이는요?”
이에 백림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데려다줘야죠.”
그러자 소은은 바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유정에게 손을 흔들었다.
“우린 먼저 갈게.”
유정은 친구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과 백림의 관계는 처음부터 둘에게 비밀로 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귀가 중인 강희는 소은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너 유정이랑 그 남자 진짜 뭔가 있는 거 아냐?]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 술도 마셨겠다, 불이 붙을 만한 상황이었다. 이런 데서 뭔가 생기면 너무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그러자 강희는 팝콘을 들고 있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며 답했다.
[가능성 아주 높아!]
[근데 유정이 약혼한 거 알잖아. 이러는 건 좀 아닌 듯?]
[약혼이면 뭐 어때? 그 약혼자는 바람피우고 다니잖아. 유정이 왜 못 그래? 남녀평등이지!]
잠시 후, 소은은 부러운 이모티콘을 보내며 말했다.
[처음에 왜 나보고 번호 따러 가라고 안 했어?]
[너도 마음 흔들렸냐? 남자친구 있는 거 잊지 마.]
[아이, 진짜. 농담인 걸 못 알아들어?]
[나 취했어. 머리 안 돌아가.]
그러자 소은은 바로 정신 차리라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다른 한편, 유정은 의자에 기대 반쯤 누운 채, 술이 덜 깬 듯 중얼거렸다.
“오늘 내가 너희 분위기 깨버린 거 아니야?”
백림이 유정을 흘깃 보며 말했다.
“아니, 정말이라니까. 그냥 아는 사이일 뿐이라고.”
그러나 유정은 믿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차창을 조금 내리고 밤바람을 맞으며, 눈을 가늘게 감았다. 상쾌한 공기가 얼굴을 스쳐 가자, 조금 전까지 무겁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
백림이 물었다.
“왜 친구들한테 우리 사이 얘기 안 해?”
유정은 고개를 돌리며 되물었다.
“그럼 너 같으면, 한참 여자랑 놀고 있는 남자를 내 약혼자라고 소개할 수 있겠어?”
백림은 조용히 말했다.
“네가 소개했으면, 나도 바로 설명했겠지.”
유정은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볼 일도 없는 사람들인데, 말해봤자 입만 아프지.”
그 말에 백림은 살짝 찡그렸지만,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다.
아파트에 도착하고, 백림이 유정과 함께 올라가려 하자 유정이 바로 말했다.
“따라올 필요 없어. 금방 올라가.”
그러나 백림은 단호하게 말했다.
“늦었잖아. 오늘은 여기서 잘 거야.”
여긴 백림의 집이었기에, 유정이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둘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정은 구두를 벗어 던지고 거실 소파에 몸을 던졌다.
“잠깐 누웠다가 잘게. 넌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자.”
백림은 그녀 옆에 앉아,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일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