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48화
백림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안성에게 계속하라는 눈짓을 주고는, 몸을 돌려 게스트룸으로 향했다.
걷는 동안 백림은 입고 있던 트렌치코트를 벗었고, 그 아래 드러난 흰 셔츠는 그가 가진 길고 균형 잡힌 몸매를 한껏 드러내며 시선을 끌었다.
유정은 백림이 게스트룸으로 향하는 걸 보고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문서를 내려놓고 일어서며 말했다.
“아까 수정하자던 부분 먼저 처리해 놓아요. 금방 올게요.”
유안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편히 다녀오세요.”
유정은 게스트룸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돌아서려는 찰나, 문이 갑자기 닫혔고, 문 뒤에 숨어 있던 백림이 유정의 팔을 낚아채듯 끌어안아 단단히 품에 가뒀다.
이에 유정은 반사적으로 저항했다.
“조백림, 또 무슨 짓이야? 놓으라고!”
그러나 백림의 팔은 강하게 그녀를 조여왔고, 뜨겁고 단단한 가슴에 눌리며 몸을 빼낼 틈조차 없었다. 한참 몸부림치다 지친 유정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좀 놔봐. 얘기부터 하자고.”
백림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
“내가 널 믿을 거 같아?”
유정은 진저리를 치듯 말했다.
“그래서 어쩔 건데?”
백림은 유정을 문에 밀어붙인 채로, 상체를 기울이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이젠 집까지 데려오는 사이가 된 거야?”
유정은 얼굴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만 헛소리 좀 해!”
백림은 한 손으로 유정이 묶어놨던 머리를 툭 하고 건드려 풀어버렸다. 살짝 웨이브 진 머리카락이 어깨에 흘러내리며 그녀의 강한 인상에 부드러움을 더했다.
“나 지금 기분 안 좋아.”
백림의 눈동자에 유정이 또렷이 비쳤고, 유정은 입술을 꾹 다물고 담담히 말했다.
“그 사람 그냥 회사 동료야. 당신이 술집에서 여자랑 술 마시는 것보다 백 배는 더 건전하다고. 그리고 이건 내 일이야.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잖아.”
백림은 눈을 한 번도 떼지 않고 대답했다.
“말은 맞아. 근데 난 그냥 싫다고.”
유정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남자의 소유욕인가 보지?”
그러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냥 그렇게 생각해.”
유정은 자신이 백림의 집에 머무는 처지임을 의식하고 살짝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이번 한 번뿐이야. 다음부턴 회사에서 끝내고 여기엔 안 가져올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괜찮으세요?”
아마도 안성이 그녀가 나오지 않자 걱정돼서 온 듯했는데, 백림의 얼굴은 조금 전보다 훨씬 더 어두워졌다.
백림은 유정의 귓가에 얼굴을 바짝 가져가 속삭였다.
“예비부부가 방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데, 꼭 끼어드는 사람이 있더라. 성가셔 죽겠네, 안 그래?”
유정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말했다.
“일단 나가게 해줘.”
“걔 보러 나가겠단 거야?”
백림은 유정의 턱선을 따라 손을 내리더니 부드럽게 볼을 감싸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소유욕이 아니라, 질투야.”
유정은 그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백림을 보았고, 하필 백림도 동시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순간, 유정의 입술이 백림의 입술에 정확히 닿아버렸다.
백림은 유정의 능동적 키스에 꽤 만족스러운 듯, 더욱 깊게 유정을 끌어안고 키스를 이어갔다. 숨결 사이로 그는 중얼거렸다.
“내가 너무 씁쓸해서, 단 게 좀 필요했거든.”
유정은 백림을 밀어내려 했지만 입속으로 파고드는 그의 혀를 막을 수 없었고, 결국 이를 악물고 세게 깨물었다.
“으음...”
“윽!”
그런데 백림은 점점 키스에 더 몰입했고, 뜻밖에도 입에서 야릇한 신음을 흘리기 시작하자, 유정은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키스하면서 왜 소리를 내지? 그것도 이렇게 야하게?’
유정이 순간적으로 얼어 있는 사이, 백림은 어느새 완전히 주도권을 잡고, 입 안을 자신의 방식대로 휘젓기 시작했다.
밖에 서 있던 안성은 안에서 나는 묘한 소리를 듣고는 더 이상 문을 두드리지 않았는데, 아마 조용히 돌아갔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