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51화
“알겠어요!”
유정은 보석 상자를 밀어 돌려주며 말했다.
“하지만 이건 받을 수 없어요. 열심히 일하는 걸로 충분해요. 그게 저에겐 가장 큰 보답이에요. 고마운 마음은 잘 알고 있어요.”
“사장님.”
안성은 다소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사실 일과는 관계없어요. 사장님이 하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보석이 부족하신 것도 아니고, 이건 값비싼 것도 아니지만, 제가 오래 고민하고 고른 거예요. 부디 받아주세요.”
유정은 끝까지 거절했다.
“계속 이러면 정말 화낼 거예요.”
안성은 표정이 어두워지며 상자를 거둬들였다.
“제 선물은 조백림 사장님이 주신 거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네요.”
유정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상관없어요.”
서류를 다 읽은 유정은 그것을 안성에게 밀어주며 말했다.
“열심히 해요.”
안성은 서류를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더 노력할게요.”
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성이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바쁜 하루가 금세 지나갔고, 오늘은 퇴근도 빨랐다.
유정은 집에 돌아와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주준과 만화 얘기를 나누기 위해 온라인에 접속했다.
수요일 밤, 아홉 시가 다 되었을 무렵, 유정은 막 콘티 한 세트를 끝낸 참이었다. 그때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오는 사람은 백림밖에 없다.
유정은 콘티북을 덮고 거실로 향해 걸어갔다. 백림은 겉옷인 수트를 벗으며, 유정이 베란다에 둔 작업용 테이블을 흘깃 바라보고는 미소 지었다.
“내 책상 써도 돼. 그렇게 불편하게 안 해도 돼.”
“여기가 더 좋아. 시야도 트였고, 아이디어도 샘솟거든!”
유정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갑자기 왜 왔어?”
유정은 말끝을 흐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설마 나 감시하러 온 건 아니지?”
백림은 수트를 들고 있던 손을 잠시 멈추며 눈을 치켜올려 그녀를 곁눈질했다.
“내가 그렇게 속 좁게 보여?”
유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자, 백림은 현관으로 돌아가 도시락 통 몇개를 들고 왔다.
“챙겨주는 사람 없는 꼬마요정한테 야식 갖다주러 일부러 온 거야.”
상자를 여는 순간, 향긋한 냄새가 퍼졌다. 마라 소스의 민물가재, 구운 굴, 버터 새우구이 모두 유정이 좋아하는 메뉴였다.
유정의 눈이 반짝 빛났다.
“조백림, 완전 천사 아니야?”
그러자 백림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동안 그렇게 도와줬는데, 고작 그냥 친구 한마디였잖아. 그런데 오늘은 야식 하나에 바로 감탄사가 나오네?”
유정은 호쾌하게 웃었다.
“네가 도와준 거 다 마음에 새기고 있어. 진짜 친구끼리는 굳이 말 안 해도 되는 거잖아?”
백림은 유정을 한 번 흘겨보며 말했다.
“그래, 다 맞는 말이야.”
유정은 부엌으로 가서 술을 꺼냈다.
‘맛있는 안주가 있는데, 술이 빠질 수 없지.’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고, 유정은 먼저 민물가재 하나를 먹은 뒤, 시원한 칵테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그 상쾌함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캬!”
차가운 맛에 살짝 몸을 떨었지만,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백림은 유정을 위해 민물가재 껍질을 까주며, 유정이 굴을 한 입씩 털어 넣는 모습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보름 동안 굶은 사람 같아. 여긴 너 혼자라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은 거야?”
유정은 입가에 민물가재 소스를 묻힌 채로 거침없이 먹으며 말했다.
“그럭저럭. 먹고 싶을 땐 배달도 시켜.”
하지만 두 번이나 배달을 시켜봤지만 맛은 그냥 그랬고, 오늘 백림이 사 온 음식과는 비교도 안 됐다.
“어디서 샀어? 주소 좀 알려줘.”
유정은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며, 매운 양념에 입술이 붉게 물들었다.
“그 집은 배달 안 해. 먹고 싶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갖다줄게.”
백림은 휴지를 건넸고, 유정은 대충 입을 닦고는 다시 민물가재를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