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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2화

야식을 다 먹고 난 후, 두 사람은 베란다에 나란히 앉아 저녁 바람을 맞으며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베란다엔 두 사람이 딱 앉을 수 있는 소파가 놓여 있었다. 유정은 배도 부르고 술기운도 올라 온몸이 나른해진 상태에서 물었다. “오늘은 약속 없어?” 유정은 조백림이 야행성이고 밤 일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백림은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앉아 긴 눈매에 미소를 띤 채, 눈빛은 은근하고 나른했다. “있었지. 누가 밥 사준다길래 따라갔는데, 식당 음식이 네 입맛에 맞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새로 해달라고 부탁해서 급히 가져온 거야.” 유정의 눈이 반짝 빛났다. “진짜 감동이네!” 백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감동이 쌓이면, 몸으로 보답하려는 거 아냐?” 유정은 고개를 젖혀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혹시 내가 끝까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못 만나게 되면, 그땐 생각해 볼게.” 사실, 백림이 바람둥이라는 점만 빼면 남편으로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만약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여자가 있든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지금처럼 서로 간섭하지 않고, 예의 지키며 살아간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기대 없는 삶은, 어쩐지 재미가 없으니 말이었다. 백림은 유정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나도 마음에 드는 사람 못 만나면, 너랑 결혼할래.” 유정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자세히 들어보면 마치 어쩔 수 없는 선택 같잖아?” 그러자 백림은 가볍게 웃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냥 맞장구친 거지.” 유정은 고개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 다 마찬가지네. 결국은 차선책이라는 거잖아.” 백림은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적어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결혼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입을 열지 않고, 그저 술잔을 들었다. 그때 유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슬쩍 본 뒤,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켰다. “주준.” 백림은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유정이 전화받는 모습을 본 순간, 분명 유정의 표정이 달라졌다. 자신에게 보일 때처럼 느긋하지 않았고, 오히려 진지하고 설레는 기색까지 보였다. 조금 전, 유정은 백림에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저 사람은 누구지?’ 주준은 유정에게 전화로 말했다. 이번 주 일요일에 둘의 만화가 정식으로 업로드되며, 한 번에 세 화 분량이 공개된다고 했다. 회사 측에서 사전 홍보도 할 예정이니, 내용에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유정은 대답했다. “너무 괜찮다고 생각되면 그냥 진행해요. 난 이견 없어요.” [회사에서는 우리 둘의 공동명의로 홍보하기로 했어요.] 유정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웃었다. “제가 덕 좀 보네요.” 유정의 이름은 주준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활동을 쉰 지도 오래여서 예전 독자들도 이미 자신을 잊었을 것이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우리 둘이 굳이 그렇게 따질 필요는 없잖아요.] 최근 두 사람은 매일 온라인으로 대화하며, 공통된 취미 덕분에 작품에 대한 생각도 자주 일치했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이미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마워요, 주준.” 유정에게 주준은 스승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한 존재였다. [고마워할 거 없어요. 편집자가 처음 나한테 연락했을 땐, 아이디어는 있어도 열정이 부족했거든요.] [근데 같이 작업하면서 매일 캐릭터 얘기하고, 만화 속 세계에 대해 대화하면서 진짜 감이 살아났어요. 사실 나도 칠성한테 고맙지.] 유정은 주준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나도 사실 그래요.” 그러자 주준은 작게 웃었다. 말은 없었지만,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유정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주준의 웃음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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