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3453화

그때, 유정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져,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백림이 문틀에 비스듬히 기대 있었다. 동작은 느긋했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고, 눈을 한시도 떼지 않고 유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들키면 안 되는 것을 들킨 것 같은 기분에 가슴이 쿵 내려앉은 유정은 이윽고 백림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주준에게 말했다. “별일 아니에요. 저 먼저 끊을게요.” 주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내가 홍보 이미지 보내줄 테니까 꼭 보고 의견 줘요. 칠성 씨 피드백 받아서 편집자한테 전달할게요.] “그래요, 고마워요!” 유정은 급하게 전화를 끊자, 백림은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뭘 그렇게 허둥대?” 유정은 핸드폰을 정리하며 그를 흘깃 쳐다봤다. “누가 허둥댔는데?” “누구랑 통화한 거야?” “네가 알 필요 없어.” 유정은 백림을 밀어내며 말했다. “나 이제 잘 거니까 나가.” 그러자 백림은 비웃듯 말했다. “배불리 먹여놨더니 바로 내쫓네? 정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 배불리 먹여놨다는 말투에 은근히 강조하는 느낌이 묻어나 있었다. 이에 유정은 얼굴이 달아올라 그를 거세게 밀쳐냈다. 그러고는 문을 닫고는 곧장 잠금장치를 걸었다. 백림은 다시 베란다로 가는 길에 유정이 퇴근 후 종종 앉아 일하는 테이블로 시선을 옮기고는 걸음을 옮겼다. 책상 위에 놓인 콘티북 하나를 집어 들고 펼쳐 보자, 유정이 만화를 그린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방 안에서 유정은 메일함을 열어 웹사이트에서 보낸 홍보 이미지를 확인했다. [주준 복귀 신작, 칠성과의 초특급 콜라보, 『세계 종말 생존 법칙』 전격 공개!] 적혀있는 내용을 보아하니, 웹사이트에서 주력으로 밀어주고 있는 듯했다. 포스터는 굉장히 잘 만들어졌고, 황폐해진 배경 위에 기괴한 생명체들이 좌우에서 덮쳐오고 있었다. 그리고 남녀 주인공은 화려한 전투 장비를 착용하고 역동적인 자세로 달리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압도적인 긴장감과 매력이 넘쳐, 보는 이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 매우 만족한 유정은 주준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저 아무 의견 없어요. 완전 어마어마하게 잘 만들었어요!] 주준은 곧장 답장을 보냈다. [괜찮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네요. 그러면 편집자한테 바로 피드백 전달할게요.] 유정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만화 공개를 기다렸다. 만화가 공개된 당일, 유정은 매우 바빴다. 하루 종일 회의를 다녔고, 막 시작한 새 프로젝트로 인해 눈코 뜰새 없었다. 저녁 무렵, 사무실로 돌아온 유정은 주준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것은 실시간 순위표였고, 둘의 만화가 무려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정은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첫날부터 1위를 찍을 줄은 몰랐기에, 놀랍고도 감격스러웠다. 이에 바로 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이트에서 순위 조작한 거 아니에요?” 주준이 웃으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 이건 완벽히 실력으로 올라간 거죠.] 유정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외쳤다. “역시 고수는 다르네요!” 주준은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둘이 함께 만든 결과죠.] 전화를 끊은 유정은 댓글을 계속 확인했는데, 댓글은 초당 열 줄씩 올라가고 있었다. [이런 장르는 진부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 보고 생각이 바뀜. 진부한 건 소재가 아니라 표현이었어.] [진심 미친 것 같음. 이 세계관 미쳤어. 주준 대박! 고트야 완전!] [이 만화가 이렇게 흥한 건 주준만의 힘은 아니지. 칠성의 연출도 완벽해. 감정선까지 섬세하게 살아 있어서 명작인 거지.] [앞부분 템포 좋고, 세계관 설명도 군더더기 없이 완벽해서 진짜 단점 없는 것 같네. 뒷부분도 기대할게요!] [주인공들의 감정선 진짜 기대되네. 이걸 어떻게 풀까? 정말 미치겠네!]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는 역시였어! 빨리 연재해 주세요!] 유정은 끊임없이 댓글을 새로고침했다. 그 성취감은, 대형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수백억을 벌어들인 것보다도 더 크고 벅찼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