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54화
유정이 저녁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준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방금 편집자랑 통화했는데, 이렇게까지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후속 작업도 꼭 안정적으로 이어가자고 신신당부했어요.]
유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편집자님께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요.”
주준이 부드럽게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요즘 온라인 댓글 중에 좋은 건 보되, 나머지는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유정은 그의 말뜻을 곧장 알아차렸다. 두 사람의 인지도 차이가 꽤 컸고, 주준은 팬층도 훨씬 두꺼웠다.
대부분이 여성 팬이라 이번 공동 작업 이후로 유정의 존재를 의식하게 된 듯했다.
일부 팬들은 작품의 성과를 세세히 따지며 유정을 폄하하는 글을 올렸고, 그 탓에 팬들 간의 설전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주준은 팬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런 성과는 둘이 함께 세운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였지만, 일부 과격한 팬들은 여전히 극단적인 반응을 멈추지 않았다.
웹사이트 측은 이런 논란이 오히려 작품의 화제를 키운다며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준은 유정이 상처받을까 걱정스러웠다.
이에 유정은 아무렇지 않은 듯 호탕하게 웃었다.
“그 사람들 질투하는 거죠. 자기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랑 내가 협업해서!”
주준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나야 이미 업계를 떠난 지 오래인데, 여전히 나한테 집착하는 거 보면 참 골치 아픈 사람들이죠.]
...
현관에 서 있던 조백림은 유정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조금 들떴지만, 곧 가라앉힐 거예요. 작품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백림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고, 그는 조용히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백림을 발견한 유정은 전화를 끊으려고 인사를 나눴다.
백림은 아직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소파에 기대섰다.
검은 롱코트가 남자의 피지컬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말끔하게 보이게 했다.
백림은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
“뭐가 그렇게 신나? 나도 좀 같이 기뻐하자.”
유정은 기분이 좋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내가 그린 만화가 방금 공개됐는데 반응이 좋아.”
백림은 한쪽 눈썹을 올리며 칭찬했다.
“우리 유정이는 진짜 팔방미인이네?”
유정은 백림의 말투에는 별 반응하지 않고 냉장고에서 캔으로 된 하이볼을 꺼냈다.
“한잔할래?”
“샴페인 대신이야?”
“그런 셈이지.”
유정은 소파 앞으로 와 앉아 술을 따서 그에게 하나 건넸다.
이윽고 백림은 코트를 벗어 소파 등받이에 걸치고는, 자연스럽게 카펫 위에 주저앉았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쭉 뻗은 그는 캔을 들고 유정과 잔을 부딪치고는 시원하게 한 모금 들이켰다.
유정도 그 옆에 앉아 소파에 기대었다.
편안한 자세로 앉은 유정의 얼굴은 후련하고 뿌듯해 보였다.
백림이 물었다.
“너랑 같이 작업하는 사람 있다며?”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준이라고, 만화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이야.”
백림은 다시 물었다.
“그동안 그림 안 그렸잖아? 근데 왜 너한테 같이 하자고 했대?”
유정은 곰곰이 생각한 뒤 대답했다.
“내 그림 본 적 있대. 자기랑 그림 스타일이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주준의 이전 작품은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였고, 유정의 그림체는 거칠면서도 섬세하고 밝은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둘이 함께 작업하면 오히려 독특한 조화를 만들어냈고, 결과적으로 그 조합은 대성공이었다.
백림은 눈빛을 감추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만화가 하겠다는 거야?”
유정의 얼굴에 잠시 기대와 설렘이 스쳤다가,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예전엔 꿈꿨는데, 결국 포기했어.”
“왜 포기했는데?”
백림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