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57화
“그럼 너희 관계는 대체 왜 유지하는 거야?”
의현이 못마땅한 듯 말하자, 유정은 술잔을 꼭 쥐었다.
‘그래,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결국 시간 낭비일 뿐이야.’
유정은 돌아가면 약혼부터 깨야겠다고 다짐했고, 의현이 그녀 팔을 툭 치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저기 뒤쪽 봐봐.”
유정이 힐끗 시선을 돌리자, 한켠에 한 사십대 여성이 잘생긴 남자 둘 사이에 앉아 있었다.
남자들이 좌우에서 들이대며 여자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의현이 말했다.
“조백림이 밖에서 그렇게 놀아도 되는데, 너도 왼쪽 오른쪽 한 번 안아봐야 손해 안 보는 거 아냐?”
유정은 고개를 저었다.
“됐어, 그런 거 나한텐 안 맞아.”
의현은 놀란 눈으로 유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너 아직도?”
그러고는 장난스럽게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늘 밤, 우리 한번 미쳐볼까?”
그 한마디에, 삼십 분 뒤 유정은 의현과 함께 룸바에 앉아 있었고, 건장하고 잘생긴 남자 두 명이 각각 옆에 앉아 있었다.
남자들은 딱 붙는 셔츠를 입고 있었고, 단단한 가슴 근육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중 한 명은 유정의 등 뒤 소파에 팔을 걸치고, 낮고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
“처음 오셨어요?”
룸 안에는 어딘가 알 수 없는 향이 감돌았고, 유정은 어지러움과 빠른 심장 박동에 휩싸였다. 몸도 점점 무거워지고 감각이 흐려졌다.
그러나 유정은 억지로 숨을 고르며 여유 있는 척 말했다.
“아뇨, 처음은 아니에요.”
그 남자는 유정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려 천천히 위로 움직였고, 시선은 그녀의 얼굴을 훑고 있었다.
“진짜 예쁘시네요. 눈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하지만 남자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오히려 유정은 오한에 가까운 거부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의 손을 눌러 막으며 술잔을 잡으려 했지만, 남자가 먼저 술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유정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그 눈빛은 진득하고 유혹적이었다. 입술이 거의 닿으려는 순간, 그 남자의 얼굴이 갑자기 백림으로 변했다.
그 차갑고 섬세한 눈동자가 음침하게 유정을 바라보고 있었고, 섬뜩한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유정은 얼굴이 굳으며 남자를 밀쳐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치듯 나갔다.
잠시 후, 의현도 따라 나오며 헛웃음을 쳤다.
“됐어. 나도 무리야.”
두 사람은 바를 빠져나와 밤바람을 맞았다. 차가운 공기에 정신이 들자 유정은 자신이 방금 얼마나 위험한 선택을 할 뻔했는지 실감했다.
백림 때문에 이런 짓까지 하려고 했다니, 절대 그럴 가치도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유정은 호텔에서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꿈을 꾸었다.
다시 룸바의 어두운 방 안, 백림이 소파에 앉아 차가운 눈빛으로 유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정아, 넌 날 배신했어.”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유정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꿈속에서 자신이 불렀던 남자가 백림의 부하에게 끌려와 바닥에 내던져졌다.
백림의 눈빛은 차갑고 매서웠다.
“어느 손으로 만졌지?”
“저, 사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제발 이번만 살려주세요!”
그 남자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고, 절박하게 빌었다.
그러나 부하 두 명이 칼을 들고 다가와 그 남자의 손을 바닥에 고정했다.
그리고 남자는 죽을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백림의 부하는 망설임 없이 칼을 휘둘렀다.
핏방울이 튀는 순간 유정은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아악!”
침대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았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미친놈, 꿈까지 나타나 날 겁줘? 진짜 인간도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