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60화
유정은 갑자기 눈을 뜨자, 백림의 깊고 짙은 눈동자 안에는 별빛처럼 반짝이는 감정과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다.
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은 작고 연약해, 그 눈빛에 휩쓸려 삼켜지는 듯했다.
백림은 유정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 쥐었다.
마치 깨지기 쉬운 것을 소중히 품듯 부드럽게, 입맞춤은 너무도 능숙해서 도망칠 틈조차 없었다. 마치 전류가 온몸을 타고 흐르듯, 전신이 저릿하고 어지러웠다.
유정은 백림에게 기댄 채, 저절로 눈을 감았다.
한밤중 흐릿한 조명 아래, 백림의 몸에서는 은은한 단향이 났고, 뜨거운 입술과 혀의 움직임은 유정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그 감각은 마치 사막을 걷다 지쳐 쓰러지기 직전, 따뜻한 욕조에 들어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물살이 몸의 피로와 먼지를 씻어내듯, 신경 하나하나가 느슨해지며, 유정은 멈출 수 없이 그 물속에 잠겨 드는 것 같았다.
이때, 백림이 갑자기 멈췄고, 유정은 무심코 백림의 셔츠를 움켜잡고, 눈을 감은 채 낮게 말했다.
“가지 마. 팁 더 줄게.”
말이 떨어진 순간, 상상의 욕조가 갑자기 차갑게 식었다. 심지어 얼음처럼 싸늘해졌고, 그 추위에 유정은 몸을 움찔 떨었다.
눈을 뜨자, 백림의 깊은 눈빛이 유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야, 그동안 어디 있었어?”
유정의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렸고, 백림을 밀치고 그대로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
백림이 손을 뻗었지만, 유정의 부드러운 니트만 움켜잡았고, 유정은 마치 연체동물처럼 가볍게 몸을 틀며 백림의 손아귀를 빠져나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유정은 쿵 소리를 내며 문을 닫고, 재빨리 잠금장치를 걸었다. 그러고는 문에 등을 기대고 서서 숨을 헐떡였다.
잠시 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유정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문에 이마를 기댄 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 날 아침.
백림이 일어나 거실로 나가자, 맞은편 방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유정은 나가고 없었다.
이윽고 초인종이 울려, 백림이 문을 열자 배달원이 서 있었다.
“유정 씨가 시킨 아침 식사예요.”
백림은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건네받았다.
유정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유탁준은 이미 의식을 되찾고 있었고, 유정을 보자 손을 내밀었다.
유정은 아버지의 손을 꼭 잡으며 눈가가 붉어졌다.
“이제 괜찮아요.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출혈도 많지 않고, 중요한 부위도 아니래요. 충분히 회복 가능하대요.”
유탁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약하게 말했다.
“아빠가 너무 무능해서 미안하구나.”
유정은 고개를 숙이며 목이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가 잘 살아 계신 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해요.”
서은혜는 아침밥을 사서 돌아왔다가, 부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한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에 눈가가 붉어졌다.
유정은 서은혜와 함께 아침을 먹고, 주치의와 간단히 상담을 나눈 후 병실로 돌아왔다.
그때는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와 작은아버지 식구들까지 도착해 있었고, 백림 역시 함께 있었다.
백림은 유정을 바라봤다.
그러나 유정은 남자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어른들에게 먼저 깍듯이 인사를 올렸다.
유탁준은 깨어 있었고, 상태도 안정적이었다. 앞으로 꾸준히 치료만 잘 받으면 된다는 의사의 말에 모두 안심했고,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자리를 떠났다.
백림은 맨 마지막에 걸어 나왔고, 서은혜는 일부러 두 사람에게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유정아, 네가 백림이 좀 바래다줘.”
유정은 병원 출입구까지 몇 걸음 함께 걸은 뒤 멈춰 섰다.
“조심히 가.”
백림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물었다.
“왜 나 피해?”
유정은 백림을 보며 눈을 찡그렸다.
“누가 피했는데?”
백림은 낮게 웃었다.
“설마 어젯밤 그 일, 그냥 넘어가려고?”
유정은 전날 백림에게 팁을 준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괜히 그 얘기 꺼냈다가, 당신이 터무니없는 액수 부를까 봐 무서워서지.”
“그러면 다음엔 가격표 붙여놓고 받을게.”
유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면 어젯밤은 얼마짜리였는데?”
백림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침 한 끼 값.”
유정은 자신이 아침으로 백림에게 배달시켜 준 것을 떠올리고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가성비 좋지 않아?”
백림은 눈빛을 반짝이며 유정을 바라보았고 유혹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트로 하면 더 할인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