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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1화

유정은 귀 끝까지 빨개지며 웃음을 터뜨렸다. “시장 질서 파괴했다고 누가 고소하면 어쩔래?” 백림은 태연히 말했다. “난 오직 너만을 위해 서비스하니까. 너만 안 고소하면, 난 안전하지.” ‘오직 나만을 위해?’ 유정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 말을 믿으란 말인가?’ 그래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묘한 어색함은 그 농담들로 확실히 사라진 듯했다. “잠깐만 기다려.” 유정은 빠르게 병실로 달려갔고, 곧 숨을 몰아쉬며 돌아와 백림에게 작은 봉투를 건넸다. “안에 약 있어. 어깨에 바르긴 발라야지.” 백림의 눈빛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직접 발라주는 게 진짜 정성 아니야?” 유정은 그에게 약을 밀어주며 말했다. “요 며칠은 내가 엄마 대신 병실에서 밤을 샐 수도 있어. 언제 돌아갈지 몰라. 네가 알아서 발라.” “간병인 있지 않아?” 유정이 고개를 저었다. “아빠랑 더 있고 싶어서 그래.” 백림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더 묻지 않았고, 유정과 인사를 나눈 뒤 병원을 나섰다. 오후, 유정은 장의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우리 저번에 갔던 그 바 말이야, 단속 들어갔대. 불법 성 접대 관련으로 꽤 크게 걸렸나 봐!]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유정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백림이었다. ‘혹시 백림이 한 일일까?’ [야, 유정아?] 의현이 유정이 조용한 걸 눈치채고 불렀다. “듣고 있어. 누가 신고했대?” [잘 몰라. 하여튼 분위기 심각해.] 의현은 아쉬운 듯 말했다. [내 낙이 사라졌어.] 아애 유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 동네에 바가 그거 하나냐? 너무하네.” [무슨 소리야! 거기 남자 댄서 중에 내가 팬인 사람이 있었단 말이야!] 의현은 티타임 중이라 몇 마디 더 나누고는 곧 전화를 끊고 업무로 돌아갔다. 유정은 당연히 백림한테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괜히 스스로 자기 무덤 파는 것 같았다. 이후 일주일간, 유정은 퇴근 후 매일 병원으로 향했다. 밤늦게까지 엄마와 함께 유탁준의 곁을 지키다 집으로 돌아갔다. 주말엔 백림이 어머니와 함께 병문안을 왔다. 병실에서 유정과는 짧게 몇 마디만 나누었고, 곧 다른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반달쯤 지나, 유탁준은 상태가 좋아 퇴원해 집에서 요양하기로 했다. 회사의 모든 일은 유정이 혼자 감당해야 했고, 그녀는 더욱 바빠졌다. 그럼에도 매일 밤늦게 귀가한 후, 꼭 한 시간씩 그림을 그렸다. 만화는 연재 중이었기에, 정해진 분량을 맞춰야 했고, 주준에게 피해를 줄 순 없었다. 날씨는 점점 쌀쌀해졌지만, 유정에게 기쁜 소식들도 이어졌다. 먼저 아버지의 건강이 후유증 없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고, 이어 주준이 연락해 왔다. [우리 작품이 반응이 너무 좋아서, 출판사랑 몇몇 애니메이션, 게임 회사에서 저작권 문의가 왔어요.] 자신이 만든 작품이 세상의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은 큰 성취감이었다. 유정은 모든 계약 관련 업무를 주준에게 위임했고, 그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날 밤, 자정을 넘긴 시간, 두 사람은 전화로 다음 배경 맵 설정에 대해 막 논의를 마친 참이었다. 들뜬 유정은 도저히 잠들 수 없어, 부엌으로 가 술을 꺼냈고, 마무리할 것을 다 완성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다. 그 시각, 백림이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 유정의 작업등이 켜져 있었지만 유정은 책상 앞에 없었다. 곧 백림은 외투를 벗어 걸고 다가갔다. 유정의 휴대폰은 켜져 책상 위에 놓여 있었고, 그녀는 막 자리를 비운 것 같았다. 그 순간, 휴대폰 화면에 메시지가 하나 떴는데, 보낸 사람은 주준이었다. [칠성, 요즘 너무 무리한 거 아녜요? 오늘 밤은 푹 쉬어요...] 그 뒤의 내용은 화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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