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62화
어두운 조명 아래, 백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무심코 메시지를 열어보려 했지만, 그 순간 뒤에서 유정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여기 어떻게 왔어?”
백림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며, 유정의 손에 든 칵테일을 힐끗 보고는 가볍게 눈썹을 들었다.
“이 늦은 시간에 술까지 마셔?”
“아직 할 일이 좀 남았거든. 정신 좀 차리려고.”
유정은 책상 쪽으로 걸어가 핸드폰을 들었다.
그녀도 아마 주준이 보낸 메시지를 본 듯, 입꼬리를 가볍게 올리며 답장을 보냈다.
백림은 유정을 옆눈질하며 살짝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단지 작업 파트너라더니, 이제는 서로 일상까지 챙기는 사이가 됐나?”
유정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찌푸렸다.
“혹시 내 핸드폰 본 거야?”
“그냥 테이블 위에 있어서, 슬쩍 본 거지.”
백림이 담담히 말하자, 유정은 설명했다.
“그냥 예의상 한 말이야.”
백림은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며 무심하게 말했다.
“유정아, 내가 하나 조언할게. 너희 둘이야 잘 맞는 사이라고 쳐도, 결국 온라인으로만 연결된 사이잖아.”
“정체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고. 사적인 감정까지 엮는 건 조심하는 게 좋아.”
그러나 유정은 곧장 단호하게 말했다.
“우린 떳떳한 관계야. 그리고 걱정하지 마, 주준은 분명한 신사야.”
“신사?”
백림은 여유롭게 웃었다.
“그러면 신사가 뭔데?”
유정은 백림에게 싫은 티를 내며 말했다.
“적어도 너 같은 사람은 절대 아니지.”
그 말에 백림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유정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유정에게 다가갔고, 유정은 곧장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조백림, 그렇게 대놓고 뻔뻔하게 굴지 마!”
“뻔뻔?”
백림은 유전을 내려다보며, 여자의 어깨를 감싸 안더니 순식간에 들어 올려 책상 위에 앉혔다.
그리고 몸을 숙여 손으로 책상을 짚자 두 사람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
유정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백림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경박하고 뻔뻔한 건 확실히 신사는 아니야.”
백림은 낮게 웃었는데, 그 웃음은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유정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유정은 다리를 들어 백림을 밀어내려 했지만, 백림은 단번에 그녀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넌 내 약혼녀야. 같이 자도 이상한 거 아니야. 입맞춤 정도가 왜 경박해? 그땐 누가 먼저 잡고 계속하자고 했는데?”
유정의 호흡이 순간 멎었다.
그날, 백림이 먼저 유정을 유혹했었다.
“유정아.”
백림은 낮게 유정을 불렀다. 그 목소리는 깊은 밤처럼 차분했고, 은은한 단향이 그녀를 감쌌다.
백림의 눈빛은 깊고 짙었으며, 술보다 더 아찔하게 유정을 혼란스럽게 했다.
“응?”
유정이 가볍게 반응하자, 백림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우리 관계는 계약일뿐, 진짜 연인은 아니잖아. 근데 난 다른 여자도 못 만나. 그럼 넌 나한테 보상해야지, 안 그래?”
유정은 목을 꿀꺽 삼켰다. 머릿속이 희미해지고, 무의식적으로 되물었다.
“어떻게 보상해?”
백림의 시선은 유정의 입술에 닿았고, 유정은 그의 의도를 느꼈지만 피하지 않았다.
피하지 않는 건 곧 동의였기에, 백림은 고개를 돌려 입을 맞췄다. 입술은 부드럽게, 조심스럽게 닿았지만 유정은 온몸이 전율했다.
유정이 눈을 감자, 백림의 입술이 깊게 파고들었다. 깊은 밤, 은은한 조명 아래, 두 사람 사이엔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랐다.
언제부턴가 백림은 유정의 허리를 감았고, 유정의 손도 어느새 그의 어깨에 얹혀 있었다.
창문에 비친 백림의 눈은 감겨 있었고, 표정은 완전히 빠져든 사람처럼 몽환적이었다.
유정은 백림의 키스에 점점 빠져들었고, 백림의 온기, 숨결,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녀를 일상의 피로와 단절된 다른 세계로 데려갔다.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뜨거움과 현기증에 휘청거렸다.
백림은 완벽한 연인이었다. 조급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았고, 적절한 온도와 강도로 유정의 감각을 사로잡았다.
“술이 참 달다.”
백림이 낮게 중얼거리자, 유정의 볼은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여자의 입술에서 새어 나오는 숨소리는 점점 더 짙어졌다.
백림의 손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고, 백림의 입술은 귀 끝을 훑다 목선으로 향했다.
“자기야, 남자가 그리우면 나를 찾아. 온라인 속 만질 수도 없는 사람보다 내가 훨씬 낫잖아.”
그 한마디에 유정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찬물을 뒤집어쓴 듯, 안에서부터 서늘함이 번졌고, 화끈거렸던 감각도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창밖의 가을바람이 스며들며 유정의 이성을 되찾아줬고, 그녀는 조용히 백림의 손을 눌렀다.
“이제 그만해.”
백림도 유정의 변화된 기류를 눈치챘고,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