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63화
유정은 백림을 바라보며 웃었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주준이랑 이야기해야 할 장면이 하나 있어.”
그 말에 백림의 얼굴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유정은 백림을 밀어내고 책상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휴대폰을 집어 들고 자기 방 쪽으로 걸어가던 중, 두 발짝쯤 가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온 거야?”
백림은 고개를 돌려 유정을 바라보았고,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내일 주말이잖아. 어머니가 집에서 밥 먹자고 하시는데, 시간 괜찮아?”
유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그 말에 백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럼 일찍 자. 잘 자.”
“잘 자.”
유정은 웃으며 돌아섰고, 방으로 들어갔다.
백림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베란다로 나갔다.
강성의 화려한 야경이 남자의 눈에 들어왔고,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
다음 날, 유정은 백림과 함께 조씨 저택을 찾았다.
가는 길에 유정은 백림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
꽃집에 들러 커다란 꽃다발을 샀고, 품에 안고 돌아온 유정을 백림은 뜨겁게 바라보았다.
“예쁘네.”
유정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직접 골랐어.”
백림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너 보고 한 말이야.”
유정은 꽃을 바라보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곧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저택에 도착하자, 주윤숙은 기쁘게 꽃을 받았고, 유정과 함께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백림은 옆에서 물을 따르고, 과일을 챙기며 무척 정중하고 성실하게 움직였다.
“여기서 네가 할 일은 없어. 오늘 날씨도 좋은데, 서재에서 내가 방금 복원한 경전들 창가에 좀 내놓고 바람 좀 쐬게 해줘.”
백림은 즉시 일어났다.
“네, 어머니.”
유정은 주윤숙 앞에서의 백림의 태도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그는 주윤숙 앞에서만큼은 늘 장난기 넘치던 기운을 거두고, 순한 아이처럼 굴었다.
“어머님, 경전 복원도 하세요?”
유정은 궁금해서 물었다. 유정은 복원사를 접해본 적이 있었기에, 그 작업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유정의 질문에 주윤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전에 몇 권 손상된 책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직접 배웠어.”
그 말에 유정은 주윤숙에 대한 존경심이 더해졌다.
점심은 푸짐했다.
주윤숙은 채식을 했지만, 유정을 위해 주방에는 각종 해산물과 고기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유정은 상 위의 음식들을 바라보다가 주방 사람을 불러 말했다.
“다음에 또 올 땐, 어머님처럼 저도 전부 채식으로 해주세요.”
백림은 그 말에 유정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에는 빛이 스치듯 흐르고,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주방 직원은 주윤숙을 한번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주윤숙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내 신념은 나 자신을 위한 거야. 젊은 사람들까지 얽맬 필요는 없지.”
유정은 웃으며 말했다.
“평소엔 고기 많이 먹는데, 가끔 이렇게 채식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백림은 유정에게 청경채 하나를 집어주며 말했다.
“채식도 괜찮지. 마음도 맑아지고, 욕심도 줄고.”
유정은 백림에게 무 한 조각을 집어주며 응수했다.
“너한테 딱이네.”
주윤숙은 조용히 웃으며 시선을 피했고, 유정은 주윤숙이 오해한 것을 눈치채고, 귀까지 붉어졌다.
그래서 백림을 흘겨봤다고 고개를 숙이고 채소를 집어 먹었다.
백림은 유정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슬며시 웃었다.
그는 어머니 앞에 선 유정이 유난히 사랑스럽고 흥미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