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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7화

신희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언니는 그냥 좋은 남자친구 하나 잘 만난 거잖아요.” “그건 할아버지, 할머니께 감사해야지.” 유정이 웃으면서 맞받아치자 신희의 얼굴이 마침내 굳어졌다. 유정은 그녀를 지나쳐 자기 집으로 향했다. 그 순간 신희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언니는 아직 모르겠죠? 할아버지가 절 위로해 주시겠다고, H 국 신설 회사 지분 전부 제 명의로 넘기셨어요.” “그 회사는 제 앞으로 넘어간 거고, 유산 분할에도 포함되지 않을 거예요.” 유정의 발걸음이 멈췄고, 돌아서며 말했다. “그럼 잘 살아서 네 심장 꼭 잘 지켜. 사람이 죽으면, 나머진 다 소용없거든.” 신희의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유정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천만에. 혹시 또 언젠가 내게 다시 배상할지도 모르니까. 내 재산을 위해서 신경 쓰는 거야.” 신희는 손을 꽉 쥐며 애써 웃었다. “그러면 언니도 조백림 사장님이라는 든든한 동앗줄을 꼭 붙들고 있어야겠어요. 워낙 바람둥이라, 혹시라도 다른 여자한테 뺏기면 언니 의지할 데 없을 테니까요?” 유정은 입꼬리를 차갑게 올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너한텐 꼭 청첩장 보낼 테니까.” 그날 저녁, 유정은 식사 자리에 가지 않았다. 서은혜가 두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유정은 몸이 안 좋다며 거절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분명 서운해하실 걸 알면서도, 유정은 이제 신경 쓰지 않았다. 예전엔 부모님을 생각해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지금 유정은 확실히 참는다고 해서, 양보한다고 해서,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월요일 출근 후, 유정은 주준에게 전화를 받았다. 둘의 작품의 애니메이션 판권이 협의가 마무리되었고, 이제 정식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주준이 말했다. [이번에 각색에 들어가면, 나 하나만 부탁할게요. 우리 둘 다 직접 참여하는 걸로 하죠.] 그 말에 유정은 잠시 망설였다.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괜히 일정에 차질 생길까 봐요.” 주준은 잠시 침묵한 뒤, 부드럽게 말했다. [칠성, 우리 한번 만날래요?] 유정은 순간 얼어붙었다. 그동안 모든 계약은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실명 정보도 서로에게는 비공개 상태였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주준이 갑작스럽게 만나자고 제안해 온 것이었다. 주준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둘 다 강성에 있잖아요. 만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요. 나도 직접 협의하고 싶은 게 많고, 편집자 문우현 씨도 같이 보고 싶어 해요.] 유정이 말이 없자, 주준이 다시 물었다. [부담돼요?] 유정은 가볍게 웃었다. “아니에요.” [그럼 지금 정하죠.] 주준이 시간과 장소를 바로 결정했다. 두 사람은 화요일 오후, 강성의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편집자인 문우현도 참석하기로 했다. 한 달 넘게 온라인과 전화로만 소통하다 갑자기 얼굴을 보게 되자, 유정은 기대와 긴장감이 교차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를 떠나, 주준은 유정의 오랜 팬심을 자극한 작화의 신이기도 했다. 화요일 오후, 유정은 회사 일정을 정리하고 혼자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주준에게 메시지가 왔다. [나 거의 다 왔어요. 흰색 니트 입었고, 아마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많이 기대되네요!] 유정도 답장을 보냈다. [전 연한 하늘색 트렌치코트 입었고, 저도 곧 도착해요!] [기다릴게요!]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겨 안쪽으로 향하던 유정의 시선이 창가 쪽에 머물렀다. 흰 니트를 걸친 채 서류를 펼쳐보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약간 굽은 등과 약간 통통한 체격이 눈에 띄었고, 그는 유정을 등진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다. 유정은 입술을 꼭 다문 채 조용히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 주준일까?’ 확인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여자의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 “칠성?” 유정은 반사적으로 급히 돌아섰다. 그리고 그 순간, 숨이 멎을 듯한 놀라움이 그녀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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