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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9화

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 앞에서 셋은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차로 헤어졌다.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 거리엔 눈부신 네온사인이 가득했고, 유정은 차를 몰며 느릿하게 차선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조백림이 예전에 했던 경고가 문득 떠올랐지만 지금 유정은 확신할 수 있었다. 주준은 정말 공손하고 예의 바른 신사였다. 잠깐 망설이긴 했으나 곧 생각을 바꿨다. ‘주준을 만난 이야기를 조백림에게 말해야 할까?’ 백림은 수없이 많은 여자와 개인적으로 연락해도, 자신은 한마디도 묻지 않았는데, 자기라고 해서 친구 하나 만났다고 일일이 보고할 이유는 없었다. 유정은 아까의 망설임이 우스웠고, 이 문제에 대해서 이제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날 저녁, 유정은 거래처 사람과 만났다. 상대는 유정보다 열 살쯤 많은 여자였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어 더욱 친해졌다. 식사 후 두 사람은 호텔에서 스파를 받았다. 호텔 꼭대기 파티장은 파티 중이었고, 복도에선 드레스 차림의 여자들이 간혹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본 유정의 선배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스파가 끝나고 밤 11시가 다 되었을 무렵,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깨와 등이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은 두 여자를 마주쳤다. 두 사람 모두 늘씬하고 미인이었다. 그중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아쉬운 듯 말했다. “이 드레스 몇천만원 짜린데, 파티에서 조백림 얼굴 고작 한 번만 보고 끝이라니. 이 드레스 그냥 환불할래!” 옆의 여자가 물었다. “그 옆에 있던 여자는 누구야? 못 본 얼굴인데.” 붉은 드레스의 여자가 말했다. “그 사람을 몰라? 해성에서 유명한 사교계 여왕, 기은미잖아.” 다른 여자는 의아한 듯 물었다. “근데 해성 사람이 왜 강성에 와 있는 거야?” “들리는 말로는 조백림 보려고 일부러 강성까지 왔다더라. 지금 케이슬에서 매니저로 일한대.” “진짜 예쁘긴 하더라. 몸매도 장난 아니고. 내가 자세히 봤는데 자연산이야. 손 안 댔어.” 붉은 드레스의 여자는 가슴을 내밀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뭐, 그냥 평범한 정도지.” 엘리베이터는 5층에 멈췄고, 두 여자는 웃으며 내렸다. 유정의 선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몸 하나로 사람 붙잡는 건 오래 못 가.” 유정은 선배가 바르고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라 그런 유형의 여성을 경멸하는 걸 알았지만, 유정은 담담하게 말했다. “사람마다 가진 자산이 다르니까요. 그 사람들은 외모가 무기죠.” 예컨대 유정의 선배처럼, 배경이든 남편 집안이든, 튼튼한 기반이 있는 사람도 있고, 그런 걸 타고나지 못한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삶을 버텨야 했다. 선배는 의미심장하게 유정을 바라봤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유정이 호텔을 막 나섰을 무렵, 백림도 호텔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는 전화를 걸며 걸음을 옮겼다. “정선숙 아주머니.” [도련님, 지금 집에 한 번 와주실 수 있을까요? 이 시각인데도 사모님이 아직도 서재에서 경전을 쓰고 계세요. 잠도 안 주무시고요.] 백림은 이마를 찌푸렸다. “금방 갈게요.” 그는 차에 올라 기사에게 말했다. “본가로 가죠.”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각이었으나. 서재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정선숙 아주머니는 백림이 오는 걸 보고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백림은 서재 문 앞에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렴.” 안에서는 주윤숙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백림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경전을 쓰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오늘 부처님이 야근하라고 하셨어요?” 주윤숙은 바른 자세로 앉아 있었고, 붓을 움직이는 속도도 일정했으며,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부드럽게 말했다. “정선숙 아주머니가 전화했지? 오후에 새 차를 마셨는데, 너무 많이 마셨더니 잠이 안 와서 그런 거야. 괜한 호들갑이야.” 그러고는 붓을 내려놓고 말했다. “됐어. 이제 잘 거야.” 주윤숙은 책상을 정리하고 일어나 방을 나섰다. “너도 이제 쉬어라.” 백림은 어머니를 방까지 바래다주고, 침대에 눕는 걸 확인까지 했다. 그리고 방을 나가는 길에, 스탠드 조명을 꺼주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문이 닫히자, 백림의 표정은 바로 냉정해졌다. “무슨 일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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