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71화
유정은 허둥지둥 조백림을 밀어냈으나, 어둠 속에서 백림의 억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씻었어!”
확실히 백림의 몸에서는 더 이상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옷도 갈아입었고, 샤워 후의 바디워시 향기와 그 특유의 은은한 단향이 풍겨왔다.
번화한 세계에 사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백림에게선 늘 고요하고 절제된 향이 났다.
그런 반전이 유정에게는 종종 믿기지 않게 느껴졌다.
“진짜로 씻었다니까.”
백림은 나른한 목소리로 반복했다. 그러면서 유정의 소매를 살짝 당기며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할게. 그냥 같이 있고 싶어.”
어스름한 불빛 아래, 유정은 백림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혹시 실연이라도 한 거야?”
‘오늘 밤 그 기은미라는 여자가 거절한 걸까?’
백림은 눈을 뜨고 유정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직 파혼 안 했는데, 내가 누구한테 실연당하겠어?”
유정은 순간 기은미 라는 이름을 말할 뻔했지만, 다행히 입을 꾹 닫았다.
백림은 눈을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생일이었는데, 우리 아버지는 선물 하나만 보내고 끝이었어. 근데 조시안 생일 땐 외국에 있다가 일부러 돌아와서 챙겼더라고.”
“기억이 맞다면 그때 해외 출장 중이었는데도 말이지.”
유정은 백림의 담담한 어조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옆으로 돌아누운 유정은, 백림이 왜 오늘따라 이상했는지를 이제야 이해했다.
무슨 말을 해야 위로가 될지 몰라,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백림은 유정의 손을 자신의 눈 위에 얹으며 낮게 말했다.
“네가 부러워. 부모님 사이도 좋고, 무남독녀라서.”
유정은 코웃음을 쳤다.
“난 오히려 너희 어머니가 널 무조건 감싸주는 게 더 부러운데?”
백림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랑 결혼하면 되잖아. 그러면 부러워할 필요 없어.”
백림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얇은 입술이 유정의 손목을 스치고, 그 미세한 촉감이 유정의 마음을 간질였다. 손을 빼려 했지만 백림은 단단히 붙잡았다.
백림은 코맹맹이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지 마.”
유정은 조용히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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