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82화
유정은 이 순간이 두 사람이 단둘이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조시안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고, 수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침묵만 길어졌다.
잠시 후, 시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형 때문에 그만두는 거예요? 형을 사랑하지도 않는다고 했잖아요. 근데 왜 형 때문에 네가 가장 좋아하는 걸 포기해요?”
유정은 답답한 감정에 숨을 내쉬었는데, 그 한숨에는 과거가 되풀이되는 듯한 무력감이 들었다. 예전에는 집안의 책임 때문에 만화를 포기했고, 지금도 또다시 그런 선택을 하고 있었다.
곧 유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문제는 별개예요.”
그러나 시안의 입꼬리가 자조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결국 네가 택한 건 형이야.”
유정은 담담히 말했다.
“우린 그만큼의 거리를 지켜야 하는 사이예요. 그러니 제 입장에선 그게 옳은 선택이고요.”
시안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 친구도 못 되는 거예요?”
유정은 잠시 망설였지만, 끝내 고개를 끄덕이자, 시안은 창밖을 바라보며 입술을 질끈 다물었다. 그의 눈엔 쓰라린 아픔이 어려 있었다.
“왜 나는 항상 형에게 지는 걸까요? 내가 사생아라서요? 태어난 걸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선택할 수 있다면, 차라리 세상에 안 태어나는 쪽을 택했을 거예요. 늘 사람들 눈 밖에서, 그림자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삶이니까요.”
“어릴 땐 조씨 저택에 발도 못 들였고, 나중에 간신히 들어갔을 땐 식사 자리조차 형 어머니랑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없었어요.”
“백자 돌림이었는데 그 글자도 못 쓰게 됐고요.”
“형이 축구하고 게임을 할 시간에 난 밤새워 공부하고, 어른이 된 뒤엔 형이 유흥에 빠져 있을 때 난 실적 올리려 회의실에 붙어 있었어요.
“형이 할 수 있는 건 나도 다 할 수 있었고, 더 잘하고 싶어서 미친 듯이 노력했는데 결국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요?”
“형이랑 같은 위치에 서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이젠, 칠성이랑 함께 만든 작품조차 빼앗아 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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