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95화
유정은 서은혜를 바라보자, 서은혜 역시 유정을 나무라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유정은 괜히 자신의 성격이 원래부터 못됐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혔다. 자기는 정말 사랑받기 힘든 사람인가 하는 그런 기분이 스쳤다.
오늘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날이었고, 사실 처음에는 마음도 가벼웠지만, 지금은 완전히 기분이 가라앉아버려 한 마디도 더 하고 싶지 않았다.
유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빠져나가려 했다.
“어르신, 사모님들, 유정 아가씨 약혼자 분 오셨어요!”
도우미가 와서 조용히 알리자, 유정은 걸음을 멈추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롱코트를 걸친 채 집안으로 들어오는 조백림은 더욱 날렵하고 단정해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엔 여느 때처럼 은은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특히 백림의 눈동자는 맑은 산 위로 떠오른 달빛처럼 깊고 환했고, 그 속에 감춰진 감정은 도무지 읽히지 않아 마치 안개 너머에서 그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그날 밤의 기억이 스치자, 유정은 귀가 화끈 달아올라, 백림이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시선을 피했다.
백림은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인사를 나누었고, 곧장 유정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눈빛을 살짝 깔고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마치 그녀의 마음속을 들여다본 듯한 말투였다. 그러나 유정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아니야, 괜찮아.”
“백림아, 무슨 일로 왔니?”
서은혜가 반가운 듯 나서자, 백림은 차분히 말했다.
“오늘 본가에서 저녁식사 있어서요. 어머니께서 유정이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데리러 왔어요.”
서은혜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
“그래? 그럼 어서 다녀와.”
유정은 이런 분위기에서, 특히 조엄화와 유신희가 지켜보는 앞이라 더더욱 딱 잘라 거절할 수도 없었기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화만 해도 되는데. 난 그냥 혼자 차 몰고 가도 됐는데 왜 왔어?”
백림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냥 널 빨리 보고 싶어서.”
유정은 그 말이 진심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