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10화
다시 잠들려던 찰나, 전화가 또 울렸다.
유정은 눈을 반쯤 감은 채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엄마.”
서은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어?]
유정은 콧소리가 섞인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막 일어나려던 참이에요.”
서은혜의 말투는 묘하게 진지했다.
[어젯밤에 네 얘기가 나왔어. 너희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너 호텔에 있다는 거 듣고 걱정이 많으시더라. 백림이네 집이 불편하면 그냥 본가로 들어와.]
유정은 반쯤 감긴 눈으로 비웃듯 말했다.
“걱정이 아니라 체면 문제 아니에요? 나 호텔에 있는 거 소문이라도 날까 봐?”
서은혜는 잠시 멈칫했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우리집안 딸이 호텔 신세 지는 건 좀 체면이 안 서잖니. 누가 보기라도 하면 괜히 기자들이 이상하게 쓰고 퍼뜨릴 수도 있고.]
유정은 더 말하고 싶지 않아,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미 백림이네 집으로 돌아왔어요.”
이에 서은혜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엄마 속이는 거 아니지?]
그러자 유정은 방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그제야 확실히 믿은 듯, 서은혜가 말했다.
[그래, 잘했어. 백림이랑 잘 지내고, 싸우지 말고. 남자란 결혼 전엔 좀 철없어도 결혼하면 다 가정에 정착하게 돼 있어.]
유정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아무 생각 없이 짧게 대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래요.”
사실 떠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전화가 적당한 변명이 되어주었다.
완전히 잠이 달아난 유정은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 준비를 했다.
거실엔 아무도 없었고 백림은 이미 나가고 없어 안방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고, 문을 열자 배달원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조백림 씨께서 주문하신 아침이에요.”
유정은 고맙다고 말하고 식사를 받아서 들었다.
혼자 아침을 먹고 물을 마시러 주방에 갔다가, 냉장고 문을 연 순간 놀라서 멈췄다.
냉장고 안은 온갖 색깔의 칵테일 병들로 가득했다.
유정은 색색의 칵테일을 냉장고에 두는 걸 좋아했다. 조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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